뿌리기술에 뿌리내리다 - 용접인 박상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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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기술에 뿌리내리다 - 용접인 박상흡 교수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7.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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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기피 아닌 뿌리산업 자부심 필요
한국 용접기술 위상, 국제대회서 빛나
정부 제도적지원 대기업 투자 등 요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고졸 출신 채용을 늘리고 있는 기업은행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특성화고 출신 신입 행원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여러분들은 정말 선택받은 사람이다. 그만큼 멋지게 일해야 은행도 더 잘된다”라며 취업시장에서 고졸 학력자들의 한계를 역설했다. 실제로 취업이란 난제를 피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80% 가량이 대학을 진학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선택받은 사람’이 돼야 하는 이유는? 오히려 사회에 대학을 나온 지식인보다도 고졸이더라도 기술을 갖고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다. 그러나 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그러한 분야에 투자를 꺼리고 고졸 채용에 선을 긋고 있다.

용접, 열처리, 주조 등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뿌리기술’이다. 이러한 분야는 여전히 산업의 초석이 되고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지만 오늘날 대기업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음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은 이 분야를 자연스럽게 기피하게 된다. 특히 IT 산업이 발달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사무직 노동자 등 화이트칼라 선호도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힘든 블루칼라 업종은 외국계 노동자들의 몫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취업시장에 뿌리산업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용접산업에 각종 대회와 모임을 만들고 심사위원,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뿌리산업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는 공주대학교 박상흡 교수는 1969년 천안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서 처음 용접 기술을 접했다. 이 후 1971년 충남지방기능경기대회 전기용접 직종에서 1위에 입상하고 전국기능경기대회를 거쳐 국제기능올림픽 전기용접 선수로 활동했다. 1989년부터는 공주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자동차공학부에 교수로 재직하며 현재까지 기능선수지도교사, 기능경기대회, 국제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또 민간 기능경기대회와 용접기술협의회 등을 만들며 42년간 줄곧 용접 산업의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 용접 기술이 플랜트 조선소 건설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기초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D업종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용접이 현재는 3D업종이지만 여전히 조선, 자동차, 플랜트, 중공업 등 전 산업에 활용되는 기초 기술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기피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든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택해 그 곳에서 프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시장에서 용접이 많은 수요가 있는 만큼 다른 이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함으로써 더 경쟁력 있고 더 적은 노력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뿌리산업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자기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또 과거에는 장비나 환경이 열악했지만 지금은 안전장비 등이 잘 마련돼 있어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로 하는 일 보다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자동차를 만들고, 배를 만드는 등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 박상흡 교수는 용접, 열처리 주조 등은 산업전반에 사용되는 '뿌리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 용접법에는 어떤 것이 있고 앞으로 어떤 기술이 유망합니까. 용접기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과거 용접법은 숫자도 적고 기술도 간단했지만 지금은 재료를 폭넓게 써서 용접법도 다양합니다. 용접이란 두 물질, 특히 금속을 결합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많은 종류의 기술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전기용접, CO2용접, 티그(TIG)용접, 레이저용접 등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인 전기용접은 일반 쇠를 때울 때 사용됩니다. 요즘은 전기용접보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능률을 높이는 CO2용접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또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일반 쇠가 아닌 특수 금속을 용접하는 티그용접이 있습니다. 골프채나 자동차, 비행기 등을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첨단용법으로 제이저용접도 있습니다. 특수금속과 일반 쇠를 때우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실 용접은 그 자체가 유망기술입니다. 용접에 대한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적기 때문에 기술이 있으면 취업도 쉽고 임금도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범용접인 전기용접이나 CO2용접보다는 티그용접이 특수금속인 만큼 인건비가 훨씬 비쌉니다. 기술자마다 이런 기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또 앞으로는 일반적인 용접을 하면서 로봇용접이나 레이저용접 전자빔용접 등 특수용접 기술을 갖고 있으면 훨씬 경쟁력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소 일부는 로봇용접(자동용접)을 사용합니다.”

- 인체에 해가 되는 부분은 없습니까.

“용접 작업 시 5000도 이상 되는 강한 빛이 발생합니다. 햇빛과 거의 유사해 자외선과 적외선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자외선이 많이 나와 피부가 타고 허물이 벗겨지기도 합니다. 눈도 빛에 노출되면 급성 결막염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체가 직접적으로 노출된 경우입니다. 안전보호 설비를 잘 갖추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간혹 성기능 장애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이 빛은 성질이 햇빛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성기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용접산업의 위치는 어떻습니까.

“조선소나 자동차 중공업 등에서 용접을 많이 사용하는데 조선기술도 세계 1위, 자동차도 세계 6위입니다. 그곳에 들어가는 용접 기술도 충분히 발달돼 있겠죠. 또 기능경기대회 측면에서 봐도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2007년까지 5번 연속 금메달을 땄습니다. 2009년에는 한 부분에 실수가 있어서 우수상에 그쳤지만 이 정도 성적이면 우리나라 용접기술은 세계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경기대회에서 1,2,3 등을 한 선수들이 해마다 전국기능경기대회를 갖고 그 대회에서 1,2,3 등을 한 선수 중 최우수자 한 명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선수로 참가하게 됩니다.”

- 우리나라 용접산업이 당면한 문제도 있을 텐데요. 우선 인재육성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용접 산업을 보면 용접 기술자가 필요하고, 기술자가 사용하는 용접 장비가 필요합니다. 인재육성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대학도 과거에 용접기술과라고 이름을 지어 학생을 모집했는데 학생들이 오길 꺼려했습니다. 그래서 기계시스템공학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대학에서 용접공학을 전공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공주대, 부경대, 서울산업대 등 10곳 미만입니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다른 분야보다도 훨씬 경쟁력 있고 취업도 잘되고 급여도 좋은 수준이니 청소년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용접장비 시장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국내 용접기 제조회사는 많이 영세화 돼 있어 좋은 품질의 용접기나 용접장비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장비나 자동차 분야 등 난이도가 높은 데 사용되는 용접기는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양질의 기기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 갖고 연구개발해야 합니다. 또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에게 밀려난 후 우리나라 업체들 대부분이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데, 이러한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국내시장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 박 교수는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용접산업이 세계로 진출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인재육성의 어려움은 용접뿐만 아니라 뿌리산업의 전반적인 현상 같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 인재육성 시스템이 있습니까.

“학교에서는 저와 전공 교수님 몇 분이 방과 후 특강을 진행합니다. 희망자를 모아 그분들 대상으로 용접 교육을 시키고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각종 대회도 마련돼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지방·전국·국제기능경기대회가 있고 97년에 천안공업대학과 용접조합이 만든 전국용접기능대회도 있습니다. 산업체 단체, 산업체 개인, 대학생 고등학생 등 100여명이 참여하고 모든 청소년에게는 숙박비가 무료 제공됩니다. 산업체 단체의 경우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등,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는 교과부장관상 등을 표상합니다. 15년간 기술심사위원장을 맡고 대회를 이끌어오면서 후배들의 가치를 높여주고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게 해 보람을 느낍니다.

또 정부에서 지원하는 계약학과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기존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률이 20%, 대학 진학률이 70% 가량이었습니다. 이에 현 정부에서는 대학 진학을 취업으로 유도해 중소기업 일자리 해결과 대학교 졸업생을 줄여 전체적인 인력 구조를 조정하고자 선취업 후진학 제도의 하나로 계약학과를 마련했습니다.

계약학과는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5인 이상 업체에 취업해 회사에 다니면서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산업체와 대학이 계약을 체결해 등록금의 50%를 산업체가 부담, 나머지 50%는 학생 본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토요일에 수업을 들어 120학점을 이수합니다. 공주대의 경우 학비가 200만 원 가량이어서 실제 본인은 한 학기 100만 원으로 대학교를 다니는 것입니다.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하고 정규 공대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금년 3월부터 147명이 네 개 과에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현재 2학기 수강생 모집 중에 있습니다.”

- 그렇다면 향후 우리나라 용접산업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장비 등 용접산업 분야에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해서 중견기업의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면 좋겠습니다. 용접재료 쪽은 현재 네 개 정도의 업체가 있는데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력 쪽은 아직도 젊은이들이 많이 기피하니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뿌리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병역특례를 주거나 장기간 근무 시 세금혜택을 주는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있다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쪽 분야에 종사할 듯합니다.

또 최근 기업은행의 고졸 행원 채용처럼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 많이 뽑으면 대학을 안가고 용접기술로도 대기업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니 더 많은 학생들이 이 분야를 선택할 것입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뿌리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적극 채용하면 용접산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교수님 개인 활동과 향후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앞에 말한 전국용접기능대회를 이끌어 오면서 용접산업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고, 또 충남기능선수회를 만들어 용접 기술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합니다.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충청남도 기술인 30여명이 모여 기능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1년에 1~2회 낙후된 시골에 가서 경운기도 고치고 도배도 해주고, 마을에 이정표 세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8년간 회장을 맡아오다 현재는 고문으로 있습니다.

용접기술협의회에 회장으로 있기도 합니다. 용접 기능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교사들이  모여 국제대회에 다녀온 뒤 정보를 공유하고 용접 신기술을 나누는 등의 모임입니다. 이밖에 신제품(NEP)인증 신기술(NET)인증 심사 등에 용접산업 관련 기술 등을 자문해줍니다. 

학교에서는 계약학과 총괄교수로 있으면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유도하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을 상대로 특강 등을 진행하는 테크노전략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용접 기능경기대회 기술심사위원장 등 각종 심사를 담당하며 용접산업 발전에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공주대학교 공과대학 박상흡 교수

1976-1989 정수직업훈련원 용접배관과(과장) 근무
1999-2005 전국 기능경기대회 용접 직종 심사장
2005-2010 국제기능올림픽 용접직종 국제 심사위원
1989- 現  공주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재직 중
1997- 現  전국용접기능경기대회 기술 및 심사 위원장
1999- 現  철강구조물공장인증 심사위원(국토해양부)
2004- 現  기술표준원 기계요소분과 심위위원
2006- 現  충남기능선수회 고문 (1997-2006 회장역임)
2009- 現  현재 용접기술협의회 회장
2009- 現  충남지방기능경기대회 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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