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진보대통합 합류 논란…“나는 진보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유시민, 진보대통합 합류 논란…“나는 진보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7.26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칼럼> “이정희 조승수 유시민 대표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고립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 한 뒤, “어딘가에서 나는 지금 망명 중이다. 정치적 유배생활을 하고 있다”며 자의에 의한 유배를 자처했던 그가 이제는 타의에 의해 정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종의 정치적 미아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뿌리론’을 들고 나오며 국민참여당에 합당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국민참여당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진보신당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대통합과는 관련 없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등도 유시민 대표를 향해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살벌한 권력투쟁의 장에서 상대진영을 향한 비판은 당연한 일이다. 진보라는 대명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이념적 해석 논쟁도 당연한 일이고, 또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87년 체제 이후 불거진 절차적 민주주의와 97년 체제 이후 불거진 신자유주의 체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이념 논쟁은 그 자체로 당위성을 갖는다.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연쇄테러를 저지른 ‘극우주의자’ 베링 브레이브크(32)가 한국에 대해 “다원주의를 거부한 가부장사회로, 유럽이 (보수의 나라)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자에 불과한, 한 명의 정신병자가 한 말이라고 치부될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적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정치도, 정당도, 정당 안의 정파도, 이념도, 사회적 약자 성적소수자,동성애자 등 그간 차별받는 것을 당연시해왔던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보편적 사회규범인 이들의 인권을 위해 필요한 게 정치적 진화다. 그것은 보수나 진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가치를 외치며 진보진영 간의 새판짜기가 시작되고 있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오는 7월 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이하 새통추)’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빠르면 오는 9월로 예정된 통합진보정당을 위한 단계적 절차다. 여기서 누가 진짜 진보이고, 가짜진보이며, 국민참여당이 연석회의나 새통추에 합류할 수 있는 정당인가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직업정치인들의 몫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석회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유시민 희화화’, 또 하나는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둘러싼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의 논란이다. 전자는 사회적 진화의 기본가치인 인권과 결부돼 있다는 점에서, 후자는 87년 체제 이후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토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유 대표와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미래의 진보>라는 대담집을 통해 공조행보를 보이자, 연석회의의 핵심 축이자 한때 같은 정당이었던 진보신당 측이 유시민 대표를 겨냥, “부부가 재결합하려는데 유랑극단 3류 가수가 추파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진보신당은 “유시민 대표의 사과는 악의의 눈물”며 ‘유시민=위정자’의 논리를 폈다.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뉴시스

또 진보교연 측은 “유시민 대표가 연석회의에 사인을 하면 정치적 사기”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진보진영의 통합연대와 관련, “유시민은 부부재결합을 방해하는 3류 유랑극단 가수부터 결혼 날까지 잡아놓고 바람피우냐는, 두 당사이의 오고간 말들을 보면 ‘막장 불륜극’이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한 사람을 희화화하고 있는 셈이다. 희화화를 통한 비판은 자기진영의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줄지언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분노는 증폭될 수 있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심리학의 명제가 그것을 증명한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희화화의 대상이 보수가 되든지, 진보가 되든지, 인격모독식의 때리기는 사회적 진화를 가로막는다는 얘기다. 정치적 희화화는 민주주의의 과정인 절차와 토론을 단절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간 진보진영이 숱하게 말했던 정파적 패권적 헤게모니의 극복과 희화화를 통한 비난은 양립 불가능하다.

그 다음은 연석회의의 절차 문제다.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은 당은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는 공적인 정치행위를 했는데도 (연석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유시민 대표-지난 18일 안양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말한다> 토론회 中)

진보신당이 5·31 연석회의의 최종합의문에 대한 승인을 오는 8월말로 미뤘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의 최종합의문에 동의했다. 이 부분에서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이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석회의 최종합의문 5-1에는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은 부속합의서1을 포함한 최종합의문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방식 등에 대해 6월말을 전후로 각 단위 의결 절차를 마친다”고 명시돼 있다. 진보신당 측의 6·26 당대회 의결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이 조항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동의했다. 다만 연석회의 합의문과 국민참여당의 강령이 충돌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예컨대 당 강령에 보편적 복지를 규정하면서 동시에 유 대표는 선진통상국가론이라는 중도우파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진보신당이 절차상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면, 국민참여당은 실질상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진보신당이 국민참여당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보인다.

한마디로 각 정파가 “나는 진보다”, “내가 진보요”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관심 밖이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나 좀 먹고 살게 좀 해 달라”는 거다. 워킹푸어를 벗어날 수 없는, 88만원 세대 가운데 아무런 희망 없이 쳇바퀴 돌아가는 지금의 삶을 변화시켜 달라는 생존권의 요구다.

한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87년 체제의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경제 민주화로 나가야하고, 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통해 장애인, 동성애자, 젠더, 양심적병역거부자 등 그간 음지에 있던 이들을 양지로 끌고 나와야 한다. 새로운 담론을 통해 덧셈의 정치를 넘어 곱셈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근데, 이정희 조승수 유시민 대표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