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신, 신인 가산점 받는 경우 거의 없어… 절대 유리하지 않아"
"김성식과의 리턴매치, 유권자 선택에 맡기겠다"
"文정부의 자사고 정책에 공감… 운영 잘하는 자사고는 기회 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일명 ‘관악구 터줏대감’으로도 불린다. 17대, 19대 국회에선 관악갑 지역구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낙선한 18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동일 지역구에만 연속으로 출마했다.
관악구와의 오랜 인연은 지난 1977년 서울대학교 입학과 함께 시작됐다. 대학 합격 후 관악구 봉천동(현 청림동)에서 자취했다는 그는 봉천동나라사랑청년회 지도위원, 관악청년회 지도위원 등을 거치면서 관악구 내 민주화 물결의 중심에 섰던 장본인이었다.
유 전 의원은 현재는 원수지간으로 전락해버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이끌었던 ‘서울의 봄’의 주요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두 사람이 대의원회의 의장과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되는 선거 관리를 맡아 잘 알고 있다”며 논란과 관련해 입을 뗐다.
공교롭게도 그는 민주당 안에서도 선거 관리를 담당하는 요직(要職)을 두루 맡았다. 특히 올해는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지난 7월 민주당의 총선 공천 룰을 최종 확정했다.
12일 오전, 〈시사오늘〉은 관악구 행운동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민주당의 새 공천 룰에 대해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자부하는 유 전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유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지난 7월 공천 룰 의결을 직접 주재했다. 새로 정해진 민주당의 공천 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파격적이라는 말도 있고, 뚜껑을 열어 보니 그다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단은 이번 공천 룰이 ‘정당 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부분의 정당이 공천 룰을 지도부에게 상당 부분 맡겨두곤 한다. 그래서 선거에 임박해서 지도부들이 공천 룰을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공천 룰은 당규 사항이기 때문에, 당무위원회의만 열고 자기들끼리 논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총선 1년 전에, 이것을 전당원 투표로 결정했다. 이것 자체가 ‘불가역성(不可逆性)’을 띈다. 선거에 임박해서 공천 룰을 지도부 입맛에 따라 바꾸는 일을 이젠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상당 부분 줄였다. 현역 의원들은 당내 경쟁자가 있으면 경선이 원칙이 됐다. 신인들에 대한 가산점을 높인 것도 중요하다. 전략공천 남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됐다. 결국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아주 획기적인 룰이라고 생각한다. 계파공천이 아니라 시스템 공천으로 가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확실하게 반영됐다고 본다.”
-그런가. 특정 계파(친문)나 특정 출신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잡음도 계속 나오는데.
“그런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 애초에 이런 공천 룰을 만들고 전당원투표로 의결한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계속 있었다. (이번 공천 룰은) ‘양정철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것은 친문 공천을 하기 위해서다’, ‘이해찬 대표도 친문에 유리한 공천을 할 것이다’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측면에서 진행됐다. 새로운 당규 내용 어디에도 특정 계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근거는 없다. 특별히 어느 조항에 그런 부분이 있다고 보나?”
-신인 가산점을 받는 ‘정치 신인’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논란 때문인 것 같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만 유독 가산점이 적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지 않다. 청와대 출신 누가 (신인) 가산점을 적용받나? 지금 (서울 관악을에 도전하는) 정태호 전 수석도 그렇고, 이번에 청와대를 나온 비서관 출신(김영배, 복기왕, 김우영 등)들 다 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렀던 사람들이다. 절대 특별히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 청와대 출신 중에서 신인 가산점 대상자는 많지 않다.”
-민주당 내 감사를 통해 사고지역위원회를 결정하고 지역위원장의 공석을 채우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도 있었다. 지역위원장을 교체하는 사고지역위 선정 기준이 ‘깜깜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조직국에서 실무를 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것 까지는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우선 당무감사를 기본으로 한다. 당무 감사를 통해서 지역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지역의 핵심 당직자들도 인터뷰하고,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이런 것들을 조합해서 전반적인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 사고지구당이 정해진다. 우리(관악갑) 같은 경우 그렇게 해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사고위 선정과 관련해서 뒷얘기나 잡음은 없었나?
“조강특위에 공식적으로 재심 요청이 들어온 건 없었다.”
-이번에도 관악구에 출마한다고 들었다.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또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과 ‘리턴 매치’가 성사된다. 전적을 확인하니 2대2의 똑같은 승률이다. 무려 2004년부터 똑같은 사람과의 5번의 맞대결 중인데, 지긋지긋하지는 않나.
“재밌는 게 홀수 때는 제가 늘 이겼고, 짝수 때는 졌다. 뭐, 선거라는 건 각자의 정책과 철학을 가지고 유권자 선택을 받는 과정이니 그런 지겹다는 생각은 없다.”
-김 의원과 비교해서, 이번에 내세울 특별한 공약이 있다면.
“우선 김성식 의원의 지난 4년간 활동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평가가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제가 의원을 했을 때 관악구 교육 환경이 많이 변했다. ‘경전철 신림선’도 사실 제가 계획을 확정해서 착공 시작한 일이다. 원래 경전철 서부선은 장승배기역까지 오게 돼 있었는데, 이걸 제가 집요하게 노력해서 서울대입구 전철역을 거쳐 서울대까지 연장되게 계획을 확정시켰다. 유권자가 알아주시리라 본다.
또 관악구의 취약점은 경제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제가 공약했던 사안이 바로 ‘낙성벤처밸리’인데, 서울대와 관악구가 협력해서 벤처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관악구에 벤처기업을 유치하자는 거다. 벤처 기업은 굴뚝 산업하고 달라서 그렇게 넓은 공간이 필요하진 않다. 이미 부지와 건물을 마련하는 작업을 실행 중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한 채의 건물을 매입했고,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적극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낙관적이다. 또 이번에 언급되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반도체 전문가라고 들었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AI에 특화된 벤처 산업 단지를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17대와 19대 국회 모두 교육 관련 위원회를 맡아 의원들 사이에서 교육전문가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최근 불거진 ‘자사고 일괄 폐지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4개의 ‘자립형 사립고’가 있었다. 그 때는 학교의 특색이 강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줄임말이 같은 ‘자율형 사립고’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평준화 정책에 역행하는 그런 학교들을 만들었다. 자사고의 원래 취지는 사립학교가 가진 저마다의 건학이념을 살릴 수 있게, 특색 있는 교육을 하도록 자율성을 주는 거다. 문제는 그걸 빌미로 자사고를 만들어줬더니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학교로 변질된 것이다.
일괄 폐지보단,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해온 학교는 그대로 두고, 다양성 교육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해온 학교들은 일반고로 전환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교육 정책엔 공감한다. 제가 2번의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교육 공약을 만든 사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선 ‘일괄 폐지론’을 주장했다. 어떻게 보면 말이 바뀐 것 아닌가.
“정책 유연성이라고나 할까. 그런 걸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본다. 사실 원래(대선 캠프 시절)도 기본 취지는 일괄 폐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교육 관련 시민 단체에서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강한 편이었고, 공약을 만들 땐 그런 면들을 좀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이번 자사고 폐지 논란에서도 이런저런 이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저는 이전 정권(MB정부)의 정책을 원천적으로 부정하지 말고, ‘원래 규칙대로 하자’는 주장이다. 본래 취지에 벗어나면 반칙으로 규정하고, 그런 학교들만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자사고로서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운영을 잘 하고 있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기회를 더 주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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