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강경 투쟁에 나선 한국지엠 노조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하투(夏鬪) 동지였던 현대차 노조가 대내외적 경영환경 리스크를 고려해 사측과 8년만에 임단협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루면서, 나홀로 투쟁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신차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사측 행보와 엇박자를 내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데다, 완성차 업계 내 파업 자제 기류까지 형성되고 있어 자칫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세 차례에 걸친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6일부터 이날까지 간부 전원이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서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본사 측에서는 지난 22일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한국에 보내 사업 현황 점검과 노조 달래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 직원이 한 팀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사실상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한국지엠 노조의 투쟁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와 함께 강성으로 분류됐던 현대차 노조가 올해는 투쟁 대신 회사 위기극복을 위한 상생을 택한 이유에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21차 본교섭에서 사측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이번 조기 타결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고려해 관행적 파업을 지양한다는 노사간 공감이 작용한 결과로, 8년 만에 무분규 잠정합의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더한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 집행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앞서 현대차 노조가 5만여 명의 대규모 조합원을 등에 업고 완성차 업계의 하투를 주도해왔음을 감안하면, 한국지엠의 나홀로 투쟁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올해는 강성 노조에 대한 비난이 한국지엠에만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이전만큼 사측에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워졌다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한국지엠 노조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완성차 후발주자들 사이에서 경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오히려 조합원들의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파업을 진행할 때 가장 큰 뒷배였던 현대차가 이탈하면서 그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대차와 달리 한국지엠은 판매 및 생산 감소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으로, 그만큼 노사간 대화나 협상 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다. 때문에 한국지엠 노조의 투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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