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현역의원 불출마 지역구 누가 출마할까?
현역 불출마 지역, 수도권이 90%… 하마평, 청와대 인사가 대부분 ‘文사람’ 전략공천, 총선서 성공할까… 文심판론 되면 불리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현역의원이 불출마하는 지역구에 ‘전략공천 카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략공천이 점쳐지는 불출마 지역은 현재까지 11곳으로, 그 중 세종시를 제외한 10곳이 수도권에 속해 있다. 전략 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대개 청와대 출신 인사다. 결국 민주당이 ‘문재인 후광’으로 내년 총선을 풀어가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역 불출마 지역, 수도권이 90%… 하마평, 청와대 인사가 대부분
서울에서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과 법무부장관 후보자인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구로을)이 청와대에 입각하면서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의원(서울 종로)도 높은 확률로 출마하지 않게 됐다.
용산구는 현재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권혁기 전 관장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민주당 성장현 용천구청장도 총선 출마를 준비했으나, 단체장 출신은 출마를 자제해달라는 당내 요구와 용산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지난 1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추미애 후보자가 내리 5선을 했던 광진을과 정세균 후보자가 재선에 성공했던 종로구는 갑작스러운 입각 예정으로 인해 아직까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다만 광진을 출마가 확실해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종로 출마를 요구받는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측에 밀리지 않으려면 이낙연 총리급의 청와대 유력 인사가 와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다.
구로을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출마설이 지배적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원혜영(경기 부천 오정), 백재현(경기 광명갑), 표창원(경기 용인정)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경기 의정부갑)도 불출마가 확실시되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경기 고양시정)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경기 고양시병)도 내각을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해진다.
부천 오정은 민주당 소속 김만수 전 부천시장과 ‘지역 터줏대감’인 원혜영 의원의 측근 서영석 전 경기도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광명갑은 임혜자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가운데,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나 심재만 전 문재인 대통령후보 안보특보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출마설도 거론된다.
표창원 의원의 화제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용인정은 이수덕 전 백군기 의원 보좌관과 표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현근택 부대변인의 출마설이 돌고 있으며, 경기 의정부 갑은 문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아들 세습’ 논란에 굴하지 않고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의정부라는 지역 특성 상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차출설’도 나온다.
고양시정과 고양시병은 김현미·유은혜 두 장관의 유임 예상으로 ‘인력난’을 크게 겪고 있는 지역구다. 고양시는 장관급 인사를 두 명이나 배출한 곳이라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거점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두 장관은 총선 출마를 원하지만 청와대와 당에선 만류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고양정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로 김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낙선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때문에 중앙당에선 주요 인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유일한 비수도권 지역이자,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는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은 도시이자, 젊은 공무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한 민주당 출신 인사만 5명으로, 당내 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文사람’ 전략공천, 총선서 성공할까… 文심판론 되면 불리해
앞서 설명한 11곳에 감점페널티를 받은 하위20% 현역 의원들의 ‘명예퇴직’까지 포함하면, 현역 의원이 교체되는 곳은 20~30곳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략 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개 청와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결국 민주당이 ‘문재인 후광’으로 내년 총선을 풀어가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가 지난 17일 발표한 총선 예비후보 1차 검증 대상자에는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서울 용산),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중원),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충남 공주·부여·청양)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명단에 오르면서, 당 경선이 ‘친문 vs 비문’ 대결 양상으로 번질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인사 전략공천’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내년 총선이 ‘문재인 심판론’으로 흘러갈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앞선 당 관계자는 19일 “당보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것을 활용하자는 방안”이라면서 “오히려 그 지역 당원들이 청와대 출신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당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