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한화건설, 미-이란 전쟁터 된 이라크…‘되살아나는 악몽’

2020-01-06     박근홍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라크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이라크 지역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이라크에 공사현장을 보유한 국내 건설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6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 내 위치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 로켓포 3발이 떨어져 이라크인 3명이 다쳤다. 해당 지역 부근은 전날에도 박격포 2발이 떨어진 바 있다. 외신들은 최근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장성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한 데 따른 이란과 이라크 내 반정부 급진세력의 보복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그리고 이란이 지난 2015년 7월 타결한 핵합의를 사실상 탈퇴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라크 의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친이란 세력인 시아파 정파가 의회권력을 잡으면서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해지자, 이라크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파행과 현지 주재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2012년 약 12조 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했지만 이후 이라크 내전으로 수년 간 공사가 지연되며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고, 당시 플랜트부문 실적 부진과 겹치며 영업손실과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또한 국내의 한 건설업체의 경우에는 과거 이라크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공격으로 국내 파견 직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의 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상황에 따라서는 실적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이라크에서만 5300억 원 규모의 수주고를 달성했으며,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부지가 바그다드 인근에 위치해 있는 데다, 공정률이 아직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두 건설사는 이번 사안과 비슷한 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전력이 있다. 한화건설은 앞서 말했듯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로 인해 이라크에서 부침을 겪었고, 최근에서야 해당 사업이 정상화되면서 실적 부진을 탈출하고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된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2010년대 초반 발발한 리비아 내전 피해를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밖에 다른 국내 업체들도 이라크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건설 등은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약 2조 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해당 지역은 바그다드에서 100km 이상 떨어져 있는 데다, 4개 업체가 함께 참여한 만큼 리스크도 분산된 셈이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바스라 남부유전 해수공급시설 사업 역시 공사 부지가 바그다드에서 차로 약 4시간 거리다.

중동 지역 사정에 능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리스크는 감수하고 가는 거다. (이라크에 공사현장을 보유한) 업체들이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이럴 때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면 차후 전후복구사업 등에서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군이 철수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대부분 공사현장에서 현지 민간 경호업체나 가이드들을 쓰는데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면 민간업체들이 어떤 행태를 부릴지 감이 안 온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기업 관계자 등 대다수가 바그다드 외곽 지방에 주로 체류하고 있어서 직접적인 위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단계는 철수까지 갈 상황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철수령을 내릴 만큼 사정이 나쁘진 않다는 게 현재 문재인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