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 판 열렸다”…원희룡, 리더로 급부상
보수야권, 개혁 보수 흐름 ‘주목’ 탄핵 시비 비껴선 것도 강점되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원희룡, 총선 거쳐 개혁보수 리더로 부상할까.’
역대 총선과 개혁보수
87 민주화 이후 역대 보수 정당이 잘 나갔던 때를 돌이키면 재미난 포인트를 발견하게 된다. 개혁보수를 앞세울 때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해왔다는 분석이다. 92년 구보수는 개혁보수인 YS(김영삼)와 손잡고 대선에서 이겼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회창 대선후보였던 97년과 2002년은 개혁보수를 밀어내 진 경우다. 이 때문인지 2007년 MB(이명박) 때는 이회창 이라는 후보가 보수표를 갈랐음에서도 여유있게 승리할 수 있었다. 2012년 박근혜 당선인 때는 승리하기는 했지만 결과를 보면 5대5 승부였다.
일련의 흐름은 총선에서도 맞아떨어진다. 왜 그럴까. 중도층 표심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관련해 <시사오늘>의 ‘정치텔링 Tip'을 통해 “개혁중도 내지 개혁보수가 중요한 이유는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총선에서도 개혁진영을 끌어안는 게 승산을 높이는 길”이라고 했다. 단적인 예로 15대 총선에서는 YS가 개혁진영을 적극 끌어안아 선방할 수 있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김무성‧유승민 등 개혁보수를 내몬 것이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을 패하게 이른 요인이 됐다. 즉 “21대 총선에서는 개혁보수 역할론이 부상해야 야권이 구심점을 얻는 데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웹진 <제3의 길>의 한정석 필진도 이 점에 주목한 바 있다. 그 역시 얼마 전 칼럼에서 “YS의 문민정부로부터 보수의 새로운 길이 열렸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구보수들이 김무성계의 신보수를 쳐내 지금에 이르게 됐다”며 “보수가 가야 할 길은 YS의 리베랄적 흐름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여야 한다”고 했다. 순리대로 개혁보수 흐름을 끊지 않고 나아가야 보수의 살길이 열린다는 지적이었다.
개혁보수 판이 열렸다
학습효과 때문일까. 4·15 총선을 앞두고 범 중도보수 야권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의 추이를 보면 중심추가 개혁보수 쪽으로 옮겨져 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친박·진박·비박으로 가리며 분열했던 지난 총선과 달리 혁신과 개혁을 최우선 지표로 삼고 통합해 나가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야당이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 중 개혁보수의 존재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대표적으로는 개혁보수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 대승적 통합열차에 오른 유승민 의원을 들 수 있다. 잠룡 주자로 꾸준히 오르내린 오세훈 서울 광진을 후보도 후보군에 꼽힌다. 통합신당을 계기로 당 최고위원으로 돌아온 대표 소장파 출신인 원희룡 제주지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잠재력으로 치면 원 지사가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관전평이다.
정 평론가는 21일 통화에서 "구보수에서 개혁보수 쪽으로 보수 야권 흐름이 옮겨오는 상황에서 원 지사가 차기 미래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원희룡 총선 후 주목, 왜?
왜 그럴까. 이유는 “개혁보수 깃발을 들었으면서 탄핵의 시비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보수 야권 내에서는 탄핵에 깊게 관여한 이들에 대한 비토가 상당하다. 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현실적으로 탄핵으로부터 벗어날 수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그에 비해 원 지사는 탄핵 시비에서 상대적으로 비껴 서있다고 할 수 있다.
탄핵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점은 20대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오 예비후보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하지만 무상급식 사태로 보수의 위축을 가져온 원죄 논란이 여전히 꼬리표로 따라붙고 있어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개혁 성향 중 원 지사의 '개천에서 용 난 스토리'도 불공정 양극화 시대 속 매력적인 요소로 부각되기 충분하다. 전깃불도 안 들어오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전국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법학 수석, 사법고시 수석이라는 전대미문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어릴 때 사고 이후 수직처럼 세워진 발가락 장애를 가졌음에도 마라톤을 풀코스로 완주한 일화도 인상적이다.
청년 시절은 민주화와 노동운동에 전념했다. 1999년 합리적 보수의 길을 가겠다며 정계 입문한 뒤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그룹의 대표주자로 개혁 노선의 가치를 일관되게 지켜온 경우다. 지금까지 국회의원과 지자체 등 총 다섯 번 선거에 출마해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점도 경쟁력 면에서의 입지를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 평론가는 “원 지사는 과거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웰빙당, 부자당이라 불리며 서민에 괴리감을 줄 때 이를 좁혀줄 콘텐츠를 가진 잠룡으로 주목된 바 있다”며 “선거 무패의 사나이라는 점, 의정과 행정 등 모두를 두루 거친 풍부한 경륜 등이 더해져 차기 경쟁력이 기대되는 후보군 중 한 명”이라고 봤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도 같은 날 통화에서 “기존의 웬만한 대권주자들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젊은 주자인 원 지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여 진다”고 봤다.
다만 주류 지역이 아닌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점이 한계로 보이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이 또한 하기 나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정 평론가는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제주도 지역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갈수록 영남당, 호남당 등 지역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는 국민 정서로 볼 때 탈지역주의 콘텐츠에 부합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부회장도 “지역적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데 있어 전국적 표를 얻기에는 취약할 수 있지만 이를 돌파하고 아니고는 원 지사의 실력 여부가 관건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