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얽힌 증권사들, TRS 자금회수 둘러싸고 ‘살얼음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TRS자금 회수논란으로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TRS계약을 맺은 증권사(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과, 이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대신증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TRS(Total Return Swap)란 일종의 대출형태로, 증권사가 일정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채권·메자닌 등 자산을 운용사 대신 매입해주는 스왑계약을 뜻한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대신증권에 대한 내용증명을 TRS계약사들이 거부했기 때문에 당장의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 양측 관계자들은 많은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TRS계약사의 경우, 자금 회수와 관련해서는 기존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에서 초래한 증권사 간의 '냉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과 TRS계약을 체결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펀드 정산분배금을 우선해서 받는 것으로 인해 (대신증권)고객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신증권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 안팎의 시각은 분분하다.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당장에 쏠린 비판을 면피하려는 관측도 존재했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측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대신증권이 전달한 내용증명에 대해, TRS계약사(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측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내용증명에 대한 입장이 아예 없다면서 말을 아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신증권 측의 상황을 오히려 되묻는 증권사 관계자도 있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내용증명에는 법적효력이 없고, 만약 TRS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다면 배임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TRS 3사와 대신증권 간의 상황이 곧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TRS계약 3사 중 한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내용증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 "내용증명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일종의 '의사표시'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문제(배임 등)도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내용증명이 자금회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또다른 TRS계약사 관계자는 이날 "내용증명과 관련,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해놓은 상태는 아니다"면서 "만약 (대신증권 측에서) 내용증명에 대한 추가 의견이 올 경우, 이에 따라 대응은 준비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신증권 측도 아직 내용증명을 보낸지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임을 시사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TRS계약 금액은 총 87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子펀드의 판매액이 1조6700억여원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금액이 TRS계약으로 충당됐다는 의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