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안철수 정치 함수 - 비전과 과제

‘실용적 중도정치’, 관건은 실행 탈이념·탈진영·탈지역 구체화를 국민의당 지지율 전체 3위 무당층 증가가 의미하는 것 안 대표 진료봉사 폄하 안된다 비례공천 전략, '반문 단일전선' 효과

2020-03-07     이병도 주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안철수 현상'은 성공할 것인가? 그의 의료봉사 대구행을 계기로 국민과 정치권의 대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당 지지율도 상승세다. 안 대표의 대구행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 대표를 향한 정치권의 시기와 음모적 시각도 도를 넘고 있다. 그의 대구행이 '정치 쇼'라는 것이 일각의 주장들이다. 한국 정치의 구태다. 

한편, 안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지역 선거구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공천만 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아 파장이 크다. 사실상 중도보수의 ‘반문(반문재인) 전선’에 결정적 힘을 실어준 흐름이다.

안철수의 정계복귀와 신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당파와 중도층, 청년층에서 지지와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은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정부 여당, 혁신 없이 반사이익만 노리는 야당, 그리고 이런 두 당이 진영 싸움만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실망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중도 세력이 많다는 것은 정치·사회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안철수’라는 제3의 상징이 절실한 이유다.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의 기득권 싸움과 진영정치에 피곤감을 느끼고 있는 중도 유권자가 대체로 30% 정도에 달하고, 지난해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둘러싼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로 제3지대 또는 중도정치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과 중도정치를 구성할 내용이다. 안 대표의 뚜렷한 비전과 정책, 정치력이 본격적으로 요구된다. 제3지대에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안철수 현상’ 관심사 

안 대표는 4ㆍ15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행보는 차기 대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안 대표의 등장은 보수-진보의 벽을 뛰어넘는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현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차례로 겪으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 이분법 구조와 그것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다.

'안철수 현상'을 일으켰던 유권자의 욕구가 아직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거세질 여건이 조성됐다. 현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극에 달해 있다. 

사실, 대화와 협치와 통합은 실종되고 투쟁과 대립과 분열로 치닫는 한국 사회는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가장 절실한 유연성을 잃었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신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작은 정당, 공유 정당, 혁신 정당’을 신당의 3대 지향점으로 부각했다. 그러면서 신당의 비전으로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을, 정치노선으로 ‘실용적 중도’를 내세웠다. 

중도세력까지 포함하는 범보수 통합이 추진된 현 정국에서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파괴력을 가질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중도·실용주의 향배 

한국 정치의 나아갈 방향을 꼭 집은 안 전 대표의 비전과 청사진은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이상만 갖고 안 되는 게 정치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나약한 기회주의의 정치 또는 허망한 구호의 정치로 인식되어 크게 성공하지 못했음을 지난 선거사는 증명하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들고 나와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노선이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그 중도실용주의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당선 이후 중도·실용노선을 뒷받침할 정치철학과 세력의 빈곤을 드러내면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보다 명확한 비전과 좌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선용 정당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낡은 진영 정치에 맞서 보수-진보의 이분법 구도를 깨뜨릴 비전과 역량을 보인다면, '안철수 현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념적 진영 대결을 압도할 만큼 철저하게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끝까지 지키고 실천해내느냐에 그의 성패가 달려 있다.

'악성루머' 해명 정치현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근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안철수 대표가 대구로 내려와 코로나19 확진자 진료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T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3월 1주차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4.6%를 얻어 지난주 1.7%에 비해 2.9%P 상승했다. 정의당은 4.3%로 지난주와 차이가 없었지만 국민의당에 밀려 4위를 기록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이 안 대표에게 마지막 등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 의료봉사라는 승부수가 어떤 작용을 할 지 눈여겨봐야 될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전국에서 휴가를 내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온 의료자원봉사자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이곳에서 땀 흘리는 한분 한분이 진정한 영웅이고 애국자다. 이분들의 땀방울 속에서 저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 측에서 긴급 자료를 내놨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의료봉사’마저 음모론으로 보려는 정치권내의 일부 악성루머에 대한 해명이다.

이 루머들은 안 대표의 정치 복귀가 이번 총선에서 여권에 불리하다는 시각을 노정한 것이다. 안 대표가 환자 근처에도 안간다는 악성 루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을 게 뻔하다. 수준 낮은 정치적 음모론 하나까지 일일이 해명을 해야 하는 정치판의 현실이 안타깝고 참담하다.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 유권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힘들어하는 대구에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치권 일각과는 달리 안 대표의 모습이 단순한 정치적 '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안 대표 부부의 이번 의료봉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정치적 신임도와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요 일종의 덤이다. 

상대 진영이라도 박수를 보내는 것이 상식이고, 정치 도의다. 안 대표가 대구를 내려간 것은 그가 정치인 이전에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 선의는 인정해야 한다.

비례공천 전략

최근 안 대표의 정치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비례공천만 하겠다는 전략은 '야권 선거 연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이 지역 선거구 후보를 내지않음으로써 야권 표에 대한 분산 우려도 사라졌다.

이는 안 대표가 잇단 인사들의 이탈, 끊임없는 보수통합 러브콜 등 '국민의당 흔들기'에 현실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앞으로 총선 과정에서 당의 '중도실용' 정치 비전과 '정책 경쟁'에 포커스를 맞추는 한편, 미래한국당 등의 위성정당을 '꼼수'로 규정하며 정당 투표에서 표를 호소할 예정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에서 26.7%를 얻어 25.5%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더 많은 정당득표를 기록했다. 

안 대표가 그리는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은 싫고 자유한국당은 마뜩잖은 ‘반민비한’ 세력의 집합체가 될 게 확실하다. 최근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무당층이 증가한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제3지대는 존재하고 또 확장되는 추세다.

'시대요구'와 청산론

그렇다면, '제3지대'는 시대 요구가 되고 있는가. 안 대표의 지적처럼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8년 전 그의 등장 당시 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표현 그대로,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극단의 진영 대결 속에서 무당층은 커지고 중도층이 늘어나 다당제 요구는 있으나 이를 묶어낼 구심이 없던 상황이다. 

따라서,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구도를 깨겠다는 안 대표의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무당층이 늘고 있다. 독선적인 국정 운영으로 비판받는 정부 여당이나 내부 혁신 없이 반사이익만 노리는 한국당의 극우논리에 실망하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마음 둘 데가 없다. 민주당이 친문 세력에게 장악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인 반면, 한국당은 야권 통합을 추진하면서도 반문 연대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친문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과 당 운영도 문제지만, 혁신적인 가치와 대안, 비전 제시 없이 탄핵 전으로 돌아가는 반문 연대도 의미가 없다.

중도 세력이 많은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중도 세력들의 요구를 담아낼 그릇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시대정신은 뭔가. '진보 대 보수'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 이념의 틀로 재단(裁斷)해 갈등을 키우고 통합을 가로막는 세력도 마찬가지다. 세대교체는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여야를 막론하고다. 무엇보다 '경제'다.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누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빨리 적응하느냐는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 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론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정치현장 악화일로

이에 비해 현실은 악화일로다. 정치권은 지난해 조국 사태로 진영 대결의 극단적 소모전이 일상화됐다. 진실을 왜곡하는 진영 논리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진영 싸움판으로 전락한 20대 국회는 최악의 입법 성적을 냈다. 

국회는 지난 해 한 해 동안 몸싸움과 고소ㆍ고발전 등 극한 대치로 채운 패스트트랙 정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20대 국회에는 '동물국회',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 가운데 한쪽 지지율이 떨어지면 다른 한쪽이 오르는 종전의 양상과 달리 양당이 동반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임에도 정권심판보다 야권심판론이 더 높다. ‘박근혜 탄핵’에 찬성한 중도보수가 한국당으로 돌아오지 않은 결과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대폭 물갈이와 선심성 공약(?) 등을 통해 국민의 기대를 모아보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한심한 처사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는다. 그들보다 훨씬 현명하고 날카로워졌다. 

'음모론' 구태 정치

정치권의 실상은 '안 대표 음모론' 주장에서도 나타난다. 코로나 치료 현장은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생명의 위험을 무릎선 현장이다. 이런 현장에서 하루 종일 봉사를 하고 있는 안 대표에게 일각의 '음모론' 평가는 너무 가혹하다.

구태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안 대표의 대구 의료봉사가 진정성이 있는지, 정치적 쇼에 불과한 것인지는 상식의 눈으로 보면 금세 구분이 된다. 안 대표의 이번 의료봉사는 넥타이를 맨 채 청소복 상의를 걸치고 빗자루질 시늉만 내는 대부분 정치인의 ‘봉사’와는 그 격이 다르다. 정치적으로 헐뜯고 비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현 정치권의 행태는 꼴불견이다. 그런 만큼 중도와 실용을 강조하는 안 전 의원이 정치 혁신과 국민 통합을 위한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상대가 뭘 못하고 있는지 왜 나쁜지에만 주목하지 말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과감히 리셋해야 한다.

안 대표 대안론(代案論)

그렇다면, 안 대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안 대표는 회견에서 "정치공학적인 보수통합과 '묻지마 반문연대'는 처음부터 반대했지만, 대안을 만들고 제대로 일하는 정당 하나 정도는 살아남아야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 재개 일성은 철저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다. 정부ㆍ여당을 향해 ‘진영논리의 후퇴 정치’ ‘전체주의이자 국가주의’라고 비판했다. 야권을 향해서도 “혁신 없이 반사이익에만 의존한다”며 자신이 “정부의 폭주 저지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야를 향한 안 대표의 진단은 일리가 있다. 특히 여야 모두에 실망한 중도층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작은 정당, 공유정당, 혁신정당을 신당의 3대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정당 규모와 국고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작은 정당,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유정당, 국고보조금의 예산과 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혁신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정치개혁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당법과 국회법을 개혁해 일하는 정치, 일하는 국회, 일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금 우리는 안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밝힌 말들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 말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주목된다.

중도정치 다듬고 실행해야 

당초 안 대표가 귀국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정치를 들고나온 것은, 일견 민주당과 한국당을 양극의 진영정치 세력으로 몰아세워 확장된 중간에서 표를 얻겠다는 공학으로 이해된다.

그가 정치 재개 후 처음 찾은 지역은 호남의 심장부 광주였다. 이곳은 20대 총선에서 그가 이끈 옛 국민의당에 가장 큰 지지를 보낸 지역이다. 빚을 져도 크게 진 곳이니 그의 선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당시 많은 호남 유권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 

국민의당은 그러나, 호남 민심을 충족하지 못한 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쪼개져 일부가 바른정당과 제휴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고 그 당은 오는 4월 치르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 잔류 세력과 새로운보수당 진영으로 또 갈라섰다. 

국민의당과 함께한 세력은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으로도 나뉘어 사분오열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못 헤아렸다며 고개를 숙인 것은 이런 일련의 과거사에 대한 회한과 성찰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반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남 민심을 되돌릴 대안을 다듬어 세우고 실행하는 것임을 안 전 의원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보다 분명한 정치개혁 비전을

과거의 경험은 중요하다. 안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 이른바 ‘안풍’을 일으켰지만 대권 도전 실패 이후 가시밭길을 걸었다. 

무당파와 중도층의 다당제 동력을 수렴할 수 있느냐가 안철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제3당의 길은 분명 고난의 길이다. 기계적 중간과 ‘반문’ 깃발로는 십리도 못 간다. 양대 정당 사이에서 제3당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설정해야 한다. 

사회·경제 개혁 메시지가 명료해야 하고, 정치 목표가 무엇인지 보다 명징한 언어로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국가 미래를 논하는 공론화의 장이다. 이런 공론화를 통해 시대정신이 반영되고, 국가 미래가 설계되고, 맞춤형 인재들이 영입된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는 분명 국민의당에 우호적인 조건이다. 그렇다고 제3지대 대부분이 신당을 지지할지는 불분명하다. 민주당과 한국당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듯이 국민의당이 전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이들은 언제든 새로운 지지대상을 찾아 떠난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진정한 안철수식 ‘새 정치’를 하려면 보다 분명한 정치개혁 비전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새 리더십 보여줘야

결국, 안 대표의 이번 재도전은 제3의 길을 따르는 그의 대안 제시와 신진 세력 규합의 양상이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뚜렷한 비전과 정책, 정치력이 필요하다. 

안 대표가 한국사회의 절박한 문제의 해법을 중도층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제시해 나갈 수 있다면 중도정치는 희망을 찾을 것이다. 

그의 복귀가 정치권에 울림을 주려면 오랜 난제들을 극복하고 한국 정치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 기존 양 진영의 강고한 기득권을 깰 정도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들의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욕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도에 대한 갈망은 반드시 투표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는 21대 국회도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조국 사태와 같은 진영 싸움만 반복될 것이다. 유권자들의 힘이 긴요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