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향한 경쟁력 강화…고속성장 거듭하는 이커머스
쿠팡은 적자 줄이고 이베이·11번가는 흑자 차별화 전략·시장 성장으로 승자독식 구조 제동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계속되는 치킨게임에도 매년 경쟁력을 강화하며 살아남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불어나는 업계 누적 적자 규모와 경쟁업체의 증가로 중도 탈락하는 업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불식시키는 분위기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커머스 산업은 또 한 번 성장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공개한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적자 폭을 줄이거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출혈경쟁 속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한 업체들이 늘었다. 이전까지는 매출과 적자가 함께 불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15년 연속 흑자 기록을 달성했다. 20일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수수료 기준) 1조954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9811억 원) 대비 1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15억 원으로 지난 2018년(485억 원)에 비해 27%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수수료 기준으로 업계 최초 1조 원을 돌파해 회사가 물품을 매입하면 매출로 잡히는 매입매출 기준이 아닌 오픈마켓 형태로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이베이코리아의 성장과 수익성 증가는 상당수 전자상거래 기업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 두드러진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업계 출혈경쟁 속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다. 옥션은 지난 2002년부터, G마켓은 지난 2005년부터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베이코리아의 견조한 실적이 결제, 배송, 멤버십, 초대형 할인행사까지 쇼핑 경험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고객경험 브랜드 ‘스마일’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유료회원 200만명을 넘긴 멤버십프로그램 ‘스마일클럽’으로 고객 충성도를 확보했으며, 간편결제인 스마일페이로 구매고객 결제를 한 번에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파트너사도 늘렸다. 스마일페이는 지난달 기준 가입자수 1450만명을 넘겼다. 이밖에 스마일배송, 무인택배 스마일박스도 경쟁력 강화에 한몫했다.
최대 매출·최대 적자를 갱신했던 쿠팡도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적자 규모를 줄였다. 여전히 영업 손실은 7205억 원으로 업계 내 최고 수준이지만 전년(1조1279억 원)보다는 약 36%나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은 7조153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64.2% 증가했다.
쿠팡은 물류 경쟁력 강화로 고속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 2월에는 로켓배송 서비스도 제주도까지 확대했다. 그 결과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했고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점이 매출을 견인했다.
유통업계 새로운 경쟁 분야인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로켓배송센터 배송망을 기반으로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중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난 2014년에는 전국 로켓배송센터가 27개였지만 지난해엔 그 숫자가 168개로 6배 늘었다. 올해는 더 나아가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이익 14억 원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59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 SK텔레콤 자회사 SK플래닛에서 법인 분리된 후 첫 연간 흑자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매출 6744억 원, 영업손실 678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지속적으로 비효율 사업을 축소하고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검색 기능 강화, 고객 참여 기반의 커머스 서비스 본격 출시 등 ‘커머스 포털’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이를 통해 고객 트래픽을 높이고 다양한 대형 제휴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외형적인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티몬도 처음으로 지난달 1억6000만 원의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티몬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급격한 손실 개선을 이뤄왔고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어 2, 3분기 흑자를 넘어 연간 흑자도 가능하리라 보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IPO 준비를 시작한 상황이다. 티몬 관계자는 “월 단위로 영업이익이 플러스가 된 기록은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조 단위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는 유통 기업들 가운데 최초이자 10년째 적자 상황인 업계 현황 속 유일한 성과”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승자독식을 목표로 치킨게임을 펼쳐왔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마다 특화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추세가 강화되며 산업 성장 잠재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식품 소비’와 ‘시니어 세대’ 등 이커머스 신규 수요 창출 가능성도 크다.
키움증권은 ‘코로나가 바꿀 세상’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온라인 쇼핑, 배달 서비스 간편식 소비를 경험하지 못했던 신규 고객이 해당 소비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러한 신규 고객은 50대 이상의 시니어 세대일 가능성이 높은데 시니어 세대가 비대면 소비 편의를 느끼고 특정 플랫폼 충성 고객이 된다면 비대면 소비 시장규모 증가세가 더욱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