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시한부 비대위원장’ 수락할까
‘김종인 비대위’ 가결됐지만…金, ‘시한부 비대위’ 거부 가능성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이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가결했다. 통합당은 28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안건을 두고 표결한 결과 ‘찬성 177표, 반대 80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통합당은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안을 결재하는 즉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그러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전당대회를 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내게 와서 제안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 전 위원장은 심 권한대행의 비대위원장 제의를 수락하면서도 ‘2022년 대선 1년 전까지인 내년 3월까지는 대선 준비를 마치고 떠나겠다’는 조건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는 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28일 전국위 직전 상임전국위를 열고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 심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원 45명 중 17명만 참석, 상임전국위 개최 자체가 불발되면서 당헌 개정은 무산됐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임기는 8월 31일까지로 제한된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자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 측 최명길 전 의원은 전국위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지시를 보내 “김종인 대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의 선택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워딩은 거부라기보다 확실히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라는 의미로 읽힌다”며 “당내에서는 심 권한대행이 다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일단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재소집해 당헌을 개정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 권한대행은 전국위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셀프 임기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이 커,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