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윤석열 해임 안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
“살아있는 권력에 쫓겨난 이미지 경계”… 페북 글 全文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해임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글이 전해져 눈길을 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2일 '공화국의 위기'라는 제목의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행정-사법-언론-시민사회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해 장기집권을 위한 모든 계획을 완성한 문재인 정권에게 눈엣가시가 윤석열 총장”이라며 “임면권을 가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게 가장 빠르지만 차마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치 공학적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다 쫓겨난 영웅의 이미지를 윤 총장에게 선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리멸렬한 야당이 문 정권의 장기집권을 도와주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이 2년도 안 남았는데 자칫 윤석열이 정국을 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문 정권으로선 악몽”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남은 2년이 문 정권의 국정운영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폭로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점도 문 정권으로선 난감하다. 대북관계-실물경제-부동산 폭등-외교실패 등 총체적 난맥이 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것은 차기 대선이 시민들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현장이 될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굶주린 민심에 윤석열이 기호지세(騎虎之勢)로 업히는 그림이야말로 문 정권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뒤이어 ‘윤석열 사태’에 대한 정치철학적 해석을 언급하며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덕담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 바보 윤석열의 행보야말로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증명했다”며 “살아있는 권력이 자행하는 불법을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공화국 검찰의 존재이유이자 공공선과 정의 실현을 위한 최대 책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사태는 공화국의 위기를 웅변한다”며 “7월 공수처 출범과 함께 윤석열 쫓아내기가 완결되면 문 정권의 폭주엔 브레이크가 사라지게 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개탄했다.
한편, “나라면 그만 뒀다”등 윤 총장을 겨냥한 여권발 사퇴 공세가 잇따르자 야권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윤 총장의 거취와 관련 이날(22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절대 신임을 갖고 임명한 자로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정할 사안”이라며 “윤석열에 대한 재신임을 밝히거나 아니면 어떤 조치를 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직접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22일)도 오후 청와대에서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만 주문했다.
다음은 윤 교수의 페북 글 전문
공화국의 위기
'윤석열 검찰총장 사태' 읽기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전면 압박하고 있다. 취임 1년도 안된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정부여당이 총력을 다해 죄어가는 형국이다.
검찰총장은 임기 2년제 장관급 외청장이지만 그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87년 체제' 성립 이후 군부와 정보기관이 권력운용의 핵심에서 빠진 후 그 빈자리를 메운게 검찰이다. 보수-진보정부를 막론하고 검찰이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검찰총장 자리가 권력운용의 핵이 되어온 이유다.
김영삼 정부(흥미롭게도 그 이름이 '문민정부'였다) 이후 8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5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검찰총장이야말로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죽은 권력이나 정적(政敵)을 벨때는 한없이 잘드는 칼이지만 막상 그 칼날이 집권세력을 향할때 권력은 검찰총장을 내팽겨치기 일쑤였다. 검찰총장은 그만큼 '위험한' 자리인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이명박-박근혜 세력을 칠 땐 환호하다가 막상 자기들의 치부(조국 사태, 울산시장 부정선거, 각종 권력비리 등)를 겨누니 문 정권 권력 중추부가 분노하는 건 권력공학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충견(忠犬)으로 키웠는데 감히 주인을 무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윤총장을 향한 정부여당의 거친 언사가 보여주는 그대로다.
문 정권의 강압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강골검사 윤석렬에겐 먹혀들지 않는다. 거악척결이라는 검찰의 존재이유에 충실한 윤 총장 입장에선 자신의 원칙주의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는 충정(衷情)을 가질 수도 있다.
행정-사법-언론-시민사회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해 장기집권을 위한 모든 계획을 완성한 문재인 정권에게 눈엣가시가 윤석열 총장이다. 총장 임면권을 가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하는게 가장 빠르지만 차마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 정치공학적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다 쫓겨난 영웅의 이미지를 윤 총장에게 선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리멸렬한 야당이 문 정권 장기집권을 도와주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이 2년도 안남았는데 자칫 윤석열이 정국을 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문 정권으로선 악몽이다.
남은 2년이 문 정권의 국정운영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폭로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점도 문 정권으로선 난감하다. 대북관계-실물경제-부동산 폭등-외교실패 등의 총체적 난맥이 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차기 대선이 시민들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현장이 될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굶주린 민심에 윤석열이 기호지세(騎虎之勢)로 업히는 그림이야말로 문 정권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석은 '윤석열 총장 사태'에 대한 정치공학적 진단에 불과하다. '윤석열 사태'의 정치철학적 해석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덕담'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 '바보 윤석열'의 행보야말로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살아있는 권력이 자행하는 불법을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공화국 검찰의 존재이유이자, 공공선과 정의(正義)실현을 위한 최대 책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사태'는 공화국의 위기를 웅변한다. 문재인 정권은 포퓰리즘을 업고 연성(軟性) 파시즘으로 가는 길을 착착 닦아왔다. 3권분립과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해체하고, 법치주의와 정의를 무너트리고 있다.
7월 공수처 출범과 함께 '윤석열 쫓아내기'가 완결되면 문 정권의 폭주엔 브레이크가 사라지게 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