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전후 1년 실적 살펴보니…일본차 판매 반토막에 닛산 철수까지 “꼬일대로 꼬였다”
일본차, 불매운동 1년 간 판매 감소율 50% 상회…혼다, 토요타, 렉서스 순 ‘철수’ 닛산은 땡처리로 낙폭 줄여…남은 자는 수익성 악화에 ‘동병상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이 어느덧 1년을 맞은 가운데, 그 여파가 일본차 브랜드들의 판매량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판매 반토막은 물론 경영난에 처했던 닛산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으며, 남은 브랜드들의 입지 역시 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일본 불매운동 1년이 일본차에 미친 영향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불매운동 1년에 일본차 ‘판매 반토막’ 급제동
6일 본지가 불매운동 전후 각각 1년 간의 일본차 합산 실적을 비교한 결과, 판매 감소율은 51.1%로 나타났다. 불매운동이 불거진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앞선 1년 간(2018년 7월~2019년 6월)의 판매량은 4만7450대였던 데 반해, 이후 1년 동안(2019년 7월~2020년 6월)의 판매량은 2만3222대로 반토막 난 데 따른 것이다.
반기별로 보더라도 일본차 판매량은 2018년 하반기 2만3968대, 2019년 상반기 2만3482대로 견조한 실적 흐름을 보이다가,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2019년 하반기부터 큰 위축세를 겪었다. 특히 2019년 하반기 판매량은 1만3179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45.0%의 감소세를 보였고, 이어 2020년 상반기에는 1만대 문턱을 겨우 넘으며 57.2%에 달하는 실적 감소를 나타내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브랜드 별로는 일본 불매운동 전후 1년 간 실적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곳은 혼다, 토요타, 렉서스 순으로 나타난다. 불매운동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기별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던 혼다는 2019년 하반기 3076대, 올해 상반기 1453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57.7%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처지도 비슷하다. 이들 브랜드는 각각 51.9%, 51.6%의 실적 하락을 겪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중 토요타는 반기별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겪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판매량이 2804대 수준까지 쪼그라드는 등 어려움을 노출하고 있다. 렉서스는 2019년 상반기까지 ES300h의 판매 호조를 앞세워 상승 곡선을 그리다 2019년 하반기부터 3500대 수준을 겨우 넘고 있다. 그나마 일본차 브랜드에서는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철수하는 닛산, 눈물의 땡처리로 낙폭 줄여 ‘쓸쓸한 퇴장’
닛산의 경우에는 일본차 업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판매 볼륨이 적은 브랜드였지만, 역시나 불매운동의 철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2018년 하반기 2417대 수준이었던 판매량이 2019년 하반기 1082대로 55.2%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닛산의 판매난은 불매운동 이전부터 연이어 터진 품질 논란과 신차 부재 상황이 겹쳤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2019년 7월 선보인 기대작 신형 알티마마저 불매운동 시기와 겹치는 악재를 맞는 등 신차효과를 전혀 누리지도 못한 점도 철수를 앞당긴 패착이 됐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에는 5월 말 한국 시장 철수 선언 이래 6월 파격할인을 내세운 재고처리를 통해 판매 회복세를 이뤘다. 불매운동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5.2% 감소한 1865대를 판매하며 반토막났던 낙폭을 크게 줄여낸 것. 이를 통해 불매운동 전후 1년간의 판매 감소율 역시 32.8%까지 줄어들었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함께 철수하는 인피니티는 불매운동 전후 각각 1년 간의 실적이 45.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남은 일본차 브랜드 ‘동병상련’…수익성 악화에 위기감 고조
결국 판매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요인은 일본차 브랜드들의 운신 폭을 좁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장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실적(결산 기준 2019년 4월~2020년 3월)에서 매출액이 22.3% 줄어든 3632억 원을, 영업이익은 89.8% 감소한 19억8000만 원을 내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된다.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될 경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만큼, 반등책 찾기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한국토요타의 실적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불매운동에 따른 저조한 실적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사업 지속 의지를 표명이라도 하듯 혼다코리아는 이달 5세대 CR-V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격인 뉴 CR-V 터보의 사전계약을 실시하는 등 반등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더불어 전 차종 엔진오일 평생 무료교환까지 내거는 등 프로모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도 지속적인 고객 시승 행사와 프로모션을 통해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불매운동을 견뎌내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1년 간 지속된 불매운동이 얼마나 더 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난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차 브랜드들이 생존을 위해 지속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불매운동 초기 때와 같이 다소 보수적인 움직임으로 다시금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닛산 철수 이후 일본차 브랜드들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마케팅 강화와 신차 투입을 통해 확고한 사업의지 및 고객 불안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이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충성 고객들에 대한 혜택 강화로 재구매율을 높이는 것도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