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로마제국 쇠망과 추미애 사태
문 정권, 서로마제국 멸망이 필연적 결과였는지 되새겨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1억 인구의 행복이 타락한 한 두 사람의 능력에 좌우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이러한 통치자 가운데 미성년자도 적지 않았다. 서로마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후계자들이 미성년이었던 시기였다. 하기는 그들이 성년에 도달한 시기 이후에도 사태가 특별히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 교회는 성직자의 지배를 받았고, 국가는 환관에게 좌지우지됐으며 속주도 이민족에게 유린당했기 때문이다.”
18세기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쇠망사>에서 서로마제국이 멸망의 길로 가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기번은 서로마제국 멸망 원인에 대해서 “번영이 쇠망의 스위치를 움직이자 쇠망의 요인이 정복의 확대와 함께 여러 가지로 늘어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서로마제국은 시간과 사건에 의해 인공적인 기둥이 제거되자, 이 엄청난 구조물은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번은 당시 자신의 제국을 위협한 이민족과의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둔 로마군이 역설적으로 원정지에서 이방인과 용병의 폐풍을 배웠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승리감에 도취한 로마인들은 자유의 정신을 억압했고, 황제의 권위를 침해하기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국방력 약화도 멸망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기번은 고대의 호전국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로마 같은 나라는 군인들을 길러내 육체를 단련하고 담력을 기르고, 손에 드는 철기를 강력한 무기로 바꾸는 동시에 기동성을 공격력을 배가했다고 주장했다. 즉 지중해를 지배한 역대 강국들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신무기 개발 등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로마제국의 법률이 발달하고 풍속이 세련돼질수록 이 군사적 우위성은 점차 줄어들었고, 콘스탄티투스 황제와 그 후계자들의 나약한 시대에 이르러, 사납고 용감한 야만족 용병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군사교련을 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결국 기번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자멸의 씨앗을 뿌린 셈”이라고 개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중 휴가 연장 청탁 의혹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추미애 장관의 청탁 의혹 진실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상황 속에서 여권 인사들의 추 장관 옹호 발언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이들의 카투사 관련 발언은 카투사 예비역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기번의 주장을 빗대면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번영이 쇠망의 주된 원인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앞선다. 지난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현 여권은 사상 유례가 없는 4연속 전국단위 선거 압승의 위업을 거두었다. 현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고, 민심 파악을 위한 새로운 기법 개발에 집중했다. 반면 무능하고 부패한 보수 정당은 오만의 정치에 취해 구시대적인 계파 싸움으로 국민의 철저한 외면을 자초했고, 국민은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감에 현 정권을 지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역설적으로 로마군이 원정지에서 이방인과 용병의 폐풍을 배웠듯이 무능한 보수 정권을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과거 보수 정권은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면 숨기기에 급급했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고, 사과도 외면하곤 했다. 현 여권도 정권 핵심부 인사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문정부를 향해 “나라가 네꺼냐?”라는 구호와 분노의 신발을 던지고 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의혹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추 장관 본인과 주변 인사들은 민심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길만 걷고 있다. 민심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문재인 정권과 추미애 장관은 기번이 서로마제국의 쇠망 원인에 대해서 왜 “비정상적인 팽창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단언했는지 깊이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