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 늘린 철강 빅2 vs. 직원 급여 올린 동국제강
수익성 악화 ‘비상경영’에 포스코·현대제철은 직원 급여 제자리 수준…동국제강만 5.6% 증가해 정작 등기이사 보수는 두자릿수 증가율…“3년치 인센티브·'무보수' 등기이사 물러난 영향 탓” 현대제철 등기임원 1인당 실질 수령액은 떨어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임직원 간 급여격차가 올해 들어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경영 기조 속 직원 급여는 제자리 수준이었음에도, 등기이사 보수 증가율이 두자릿 수를 보인 것. 반면 동국제강은 직원 급여를 올려준 대신 등기이사 보수는 낮춰 불균형 해소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3사의 올해 3분기 기준 등기이사 1인당 보수액 평균치는 6억7900만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간 5억5300만 원 대비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300만 원으로 전년 동기간 6100만 원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임금 격차 확대 배경으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등기이사 보수액 증가 영향이 컸다. 세부적으로 포스코는 등기이사 1인에게 지급되는 평균 보수가 지난해 3분기 8억300만 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11억900만 원으로 38.1% 급증했다. 현대제철도 등기이사 보수액이 지난해 3분기 3억300만 원에서 올해는 3억8000만 원으로 25.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 업체들은 등기이사들에 두둑한 보수를 챙겨줬음에도 직원들에는 다소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제자리 수준을 맴돌았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같은 기간 1.4% 증가에 그친 7400만 원을 기록했으며, 현대제철은 동결된 5700만 원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등기이사 보수 금액에 3년마다 지급되는 장기인센티브가 포함됐음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3년치 인센티브가 올해 반영된 만큼, 급여 격차가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역시 수치상으로는 등기이사 보수액이 크게 늘어난 듯 보이지만, 무보수 경영에 참여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2월 말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지난해에는 등기이사 4명 중 정의선 회장을 제외한 3명이 보수를 받아갔다면, 올해는 정상대로 4명의 등기이사에게 지급돼 보수 평균액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들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 상황 속 위로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뚜렷히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내부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을 높인다. 극한의 비용절감을 주문하면서도 포스코는 등기이사들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했고, 현대제철은 지난 4월 임원들이 급여 20% 반납에 동참했음에도 등기이사의 실질 보수 감소율은 단순 계산상 5.9%에 그쳤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제철의 경우에는 임단협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임단협(임금동결)을 무사히 마쳤지만, 수 억 원의 상여금을 챙긴 임원진들을 향한 노조의 항의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철강 3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국제강이 등기이사 보수액을 줄이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등기이사 보수액이 지난해 3분기 5억5300만 원에서 올해 3분기 5억4700만 원으로 1.1% 줄어든 것.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5400만 원에서 5700만 원으로 5.6% 증가하는 등 임직원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이뤄 의미를 더했다.
물론 동국제강 역시 등기이사 보수 총액의 3분의 2 이상이 오너일가인 장세욱 부회장 몫이었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지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