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대한항공이온다③] 아시아나 구조조정 없다지만…과거 사례보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나선 한진그룹이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지만, 우려감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의 중복 노선·통폐합에 따른 유휴 인력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서다. 이에 피인수되는 아시아나 근로자들은 일자리 사수를 위해 산업은행에까지 노사정 회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이같은 입장을 낼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그간 기업 인수합병(M&A) 과정 속에서 경영정상화라는 미명 아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져 온 전례가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고용 승계를 원하는 근로자와 경영상 긴급성에 따라 인력 감축을 할 수 밖에 없는 회사간의 이해충돌을 피하기란 쉽기 않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후유증='구조조정'…쌍용차·알리안츠생명 등 되풀이되는 역사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009년 물리적 충돌로까지 치달았던 쌍용차 해고 사태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05년 기술 먹튀 논란의 주범인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됐으나, 상하이차가 4년 만에 경영 포기와 법정관리 신청을 내면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됐다.
희망퇴직자 1900여 명과 해고자 200여 명 등 2100여 명 가량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이에 따른 반발로 노동자들은 77일간의 파업 농성을 벌이며 투쟁에 나섰다. 해당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에 이르렀고, 당시 회사 손실과 사회적 비용 지출만 5000억 원 규모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일련의 과정 속 해고 노동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 역시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난 2016년에는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이 M&A에 따른 인력감축 진통을 겪었다. 중국 안방보험그룹(현 다자보험그룹)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근로자 200여 명에 대한 명예퇴직이 단행된 것. 당시 안방보험그룹은 2016년 4월 주식매매계약서 작성 당시 알리안츠생명에 인건비 절감을 요구했고, 알리안츠 측에서 5월 206명의 근로자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추가 구조조정 계획이 알려졌으나,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반발한 탓에 추가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노사는 9월 3년간의 고용안정 협약을 맺었고, 해당 기업합병은 2017년 9월에서야 마무리됐다.
물론 이들 사례는 외국 자본에 의한 인수합병임을 감안할 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는 다소 괴리감을 보이지만,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입장 반영과 고용 승계와 관련한 안전장치 등이 마련돼야 함을 시사한다.
인수합병 시 정리해고 가능성 2배 가까이 높아져…기업 사회적 책임·고용안정 강화 필요
전문가들도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근로자의 고용안정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업 인수합병 시 정리해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초 열린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문제 진단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은 자료를 소개하며 그 문제점을 짚은 바 있다. 해당 자료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만23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인수합병 경험이 있는 사업장 25.4%가 정리해고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수합병 경험이 없는 사업장은 14.2%만이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인수합병 경험 유무에 따른 정리해고 발생 차이는 1.79배다.
이 외에도 인수합병된 사업장의 명예퇴직 비율은 전 직원 대비 2.53%를 차지했다. 반면 인수합병 경험이 없는 사업장은 0.9% 비중에 불과해 2.78배의 차이를 보였다. 정 부연구위원은 "인수나 합병을 경험한 사업장들이 그렇지 않은 사업장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며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 승계와 노사관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아사아나 흡수하는 대한항공, 약속 지킬까…“인위적 감축 없을 것” 거듭 피력
물론 대한항공은 이사아나항공 인수에 있어, 인위적 인력감축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일 진행된 온라인 간담회 자리를 통해 "정년퇴직·자발적 사직 등 인력 자연감소를 통해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에서 우 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력은 약 2만8000명 정도로 본사·오버헤드(간접) 인력은 2000명으로 추산된다"며 "90~95%가 직접 고용인력으로 회사 통합 후에도 직접 고용인원이 그대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자연 감소 인력이 1년에 1000명 가량으로 예상되고, 중복 인력은 부서 이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고 세간의 우려를 경계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3개월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집중실사를 실시한다는 점은 여전히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년 3월 통합 계획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진행되는 실사에서 추가 부실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녹록치 않은 외부 환경을 감안하면,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약속 대신 고용승계 명문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