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국민청원] 秋-尹 갈등 여진 계속…정경심 재판부 탄핵 청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온라인상의 ‘광화문 광장’이다.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청원은 많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시사오늘>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떤 청원이 제기됐는지를 살펴보면서 ‘민심(民心)’을 추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추미애·윤석열 지지자 ‘힘 싸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은 윤 총장의 직무복귀로 일단락된 모양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12월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청와대 답변 기준선인 추천 수 20만 회를 넘긴 청원 중, 무려 3건이 추 장관 혹은 윤 총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선 윤 총장을 해임하라는 청원이 37만8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윤 총장을 해임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추 장관 조치에 항명한 검사들에게서도 사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해임과 수사가 ‘검찰 개혁의 물꼬를 트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조처’라는 이유였다.
반대로 윤 총장 징계 철회와 해임 반대를 주장하는 청원도 32만7000여 명의 공감을 받았다. 청원자는 “추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와 총장 해임에 대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즉각 중지시키라”면서 “이 같은 건의를 묵살하고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는 결과가 있을 때는 4·19나 6·10 만세운동에 버금가는 국민 대결사 항전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불타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장관에 대한 재신임을 요구하는 청원도 38만8000명이 넘는 추천 수를 기록했다. 청원자는 추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조직의 불법적 검찰권 남용에 의해 본인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인권과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된 상황에서 선뜻 그 소임을 이어받아 1년 동안 본인의 정치생명을 포함한 가족들의 위협을 무릅쓰고 검찰 개혁에 앞장섰다”면서 “추 장관의 사퇴 의사를 만류·반려하고, 재신임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 달라”고 썼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 39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1심 재판부가 검찰의 정황 증거와 진술 조서에만 일방적으로 의지했을 뿐 변호인 측에서 제출한 물적 증거와 논박 내용에 대해서는 조금도 판결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는 법관의 양심을 저버린 이 3인의 법관에게 헌법이 규정한대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억울한 국민 호소 청원도 계속
12월에도 억울한 피해를 당한 국민의 호소는 끊이지 않았다. 먼저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이 32만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다. 인천에 사는 고등학생 부모라고 밝힌 청원자는 가해자들이 스파링을 가장해 아들을 폭행, 지금 자신의 아들은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면서 “기적이 일어나서 우리아들이 깨어나고 온전하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국민여러분 도와 달라. 관련법들을 만드시는 분들, 제발 저희 아이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썼다.
실제로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서 A군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중상해)로 고교생 2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A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하고 2시간40분가량 번갈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진주 여고생 사지마비 교통사고, 사과 없는 가해자의 엄중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도 21만1000여명의 공감을 얻었다. 자신을 진주 여고생 교통사고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청원자는 가해자가 고작 금고 1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부디 2심 재판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진주 여고생 사지마비 교통사고’는 지난해 12월 16일 진주시의 한 도로에서 렉스턴 SUV차량이 갑자기 시내버스 앞으로 끼어들면서 버스가 급정거,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동전함에 부딪혀 사지마비 등 중상해를 당한 사고를 말한다. 이에 대해 진주지원 형사1단독 이종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금고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일말의 반성 없이 형량만 낮추려는 가해자와 거짓말을 일삼는 가해자 가족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검찰도 1심의 금고 1년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한 상태다.
이밖에도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어린이집 원아 대 담임보육교사 인원비율 및 야외놀이 시 인원비율에 대한 법령 개정을 바란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3979)’, ‘16개월 입양아 학대살인사건 가해자부부의 신상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 달라(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4102)’ 등의 청원이 추천 수 20만 회 이상을 기록해 청와대의 답변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