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물 괴리 확대…금융당국 수장들 입모아 ‘우려’ 표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의 괴리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서민 경제는 좋지 않은 상황이나, 코스피는 사상 첫 3000을 돌파하고, 부동산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활기를 띠는 상황이다. 이에 각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실물과 금융 간 괴리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주식, 부동산 등 역대 최고치 경신하며 ‘활기’
주식, 부동산 등의 금융자산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자금이 몰리고 있다. 6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3000을 찍었고,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주택가격전망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집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가상화폐 시장으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가상화폐 대표 격인 비트고인과 이더리움은 새해 첫날부터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인 3만 3000달러(한화 358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한은이 지난달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대출을 합친 민간신용은 GDP 대비 211.2%로 지난해 3분기보다 16.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민간 부문의 빚이 GDP의 2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원리금상환유예 등으로 부실위험은 지연되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높은 신용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를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들 "금융-실물간 괴리 커…리스크 관리 당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를 통해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의 쏠림,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면서 금융권의 적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한 해였다"면서, "(올해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이번 기회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재설정한다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일부 국가에서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완전히 통제되기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코로나 위기의 후유증으로 남겨진 부채문제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등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므로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적위기와 함께 비대면·디지털 경제로의 가속화 등 경제·금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속에서 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험요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혁신과 도전을 적극 지원하여 경제의 위기극복과 신성장 도약을 이끌어 내야한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같은날 "가계부채의 누적, 경기침체로 인한 한계기업의 누증,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 가중 등이 우리 경제의 부담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 금융권 전반에 걸쳐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통해 위기시 복원력을 높이는 한편,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