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건면 시장…농심 광폭행보에 주춤하는 풀무원

농심, 신라면 건면 이후 라인업 적극 확장 '숨고르기' 풀무원…브랜드 정비로 시장 재도전

2021-01-22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농심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건면시장 공략에 본격 속도를 내면서 그동안 시장을 선도해온 풀무원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농심의 거침없는 시장 행보에 맞서 풀무원이 최근 브랜드 재정비에 나서면서 향후 건면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새 건면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라면업계 새로운 격전지가 됐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은 일반 라면보다 열량이 낮아 주로 여성, 다이어트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또한 아직 전체라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성장 가능성이 커 업계에서도 미래 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농심도 마찬가지다. 최근 다양한 건면 제품을 내놓으면서 공격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새해 첫 신제품도 ‘짬뽕건면’이다. 건면을 사용해 중화요리점의 쫄깃한 면 식감을 구현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건면은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리기 때문에 유탕면에 비해 표면이 매끄럽고 밀도가 높아 갓 만들어낸 생면과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짬뽕건면 열량은 기존 라면의 약 70% 수준인 375kcal다.

1970년대부터 건면에 대해 연구하던 농심은 2007년 건면 전용생산 시설인 녹산공장을 가동하고 건면 제품을 꾸준히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신라면건면 출시 이후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신라면건면은 출시 250일 만에 누적판매 5000만 봉을 돌파했고, 이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짜왕건면’, ‘신라면건면사발’, ‘옥수수면’ 등 건면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이에 힘입어 농심의 지난해 건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45% 성장한 850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녹산공장 증설도 마무리했다. 농심은 향후 해외에서도 건면 시장을 키울 예정이다. 올해 가동 예정인 미국 제2공장에도 건면 생산 라인을 설치했다.

이 같은 농심의 맹공에 풀무원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풀무원은 앞서 건면 시장을 일찍이 눈여겨보고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업체다. 농심과 오뚜기 등 기존 라면업체가 굳건한 상황에서 풀무원은 2016년 건면 제조기술을 적용한 ‘생면식감 육개장칼국수’를 출시하면서 건면시장을 주도, 쟁쟁한 경쟁사들이 있는 라면시장에 우회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풀무원은 국내 건면시장을 크게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육개장칼국수가 출시된 2016년, 국내 비유탕 건면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9년 농심이 신라면건면을 출시했을 때 풀무원은 위기감보다는 오히려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기도 했다. 풀무원 이름으로 'Welcome! 신나면 건면'(신라면 건면)이라는 문구의 광고판까지 제작했을 정도다. 당시 라면시장이 정체되고 대형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건면이 시장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라면시장이 확대되고, 농심이 건면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가속화하자, 이에 맞서 풀무원도 전략 재정비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해 풀무원식품은 기존 라면 브랜드 생면식감을 '자연은 맛있다'로 리뉴얼하고, 맛있고 건강한 라면을 콘셉트로 라면사업 재도전을 선언했다. 

자연은 맛있다 제품은 로스팅 공법을 적용해 자연 재료의 맛을 살린 정면, 백면, 홍면 등으로 라인업을 재구성했다. 이 중 정면은 4개월 만에 200만 봉지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정면은 지난해 11월 국내 라면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식품 인증을 획득하면서 ‘비건 라면’으로 정체성을 키워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건면 시장이 향후 국내 웰빙 트렌드 등과 맞물려 더욱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건면시장은 약 1178억 원 규모로 전체 라면시장의 5%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 3년 간 연 평균 성장률은 13%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라면 원조국 일본은 건면시장이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