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증권유사]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건’으로 보는 사후약방문 논란

무차입 공매도, 대부분 국가 금지…국내선 외국 자본 연이어 ‘적발’ “불법 공매도 처벌 가볍다” 목소리↑…수기대차거래 등 폐지 요구 금융위, 불법 공매도 감시체계 마련…“수만건 모니터링, 효율 의문”

2021-02-07     정우교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현대적인 증권 시스템이 국내에 구축된 것은 지난 1950년 전후라고 한다. 최초 증권사인 대한증권이 1949년에 설립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에 출범했다. 이후 코스피가 1980년에, 코스닥이 1996년 도입됐으며, 1997년 IMF로 위기를 맞았다. 2008년엔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도했고, 최근에는 '사모펀드 사태'가 이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코로나19에 증시는 요동쳤고, 2021년 코스피는 꿈의 지수인 '3000'을 돌파했다. 보통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난 날을 되짚는다면,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대한민국 증권의 70년 '흥망성쇠'를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최근 공매도 논란이 계속되면서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 함께 거론됐다.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에 대해 공매도 주문을 내며 발생한 사건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법적으로 금지된 것으로, 당시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최고액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처벌에 대해 시장 안팎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외국계 자본의 '불법 공매도'는 빈번하게 일어났고, 벌금 자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지적에서다. 비유하자면 소잃고 외양간을 고쳤음에도, 계속 소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최근 시장 안팎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무차입 공매도, 대부분 국가 금지…국내선 외국 자본 연이어 '적발'

공매도란 주식·채권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서 매도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으로,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로 분류된다. 이중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되고 있다. 실제 자본시장법 제 180조에서는 증권시장에서 소유하지 않거나 차입하지 않은 상장증권을 매도·위탁·수탁하면 안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에 이를 위반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바로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의 서울지점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종목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이다. 당시 이를 검사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사태의 시작은 2018년 당시 차입 담당자의 실수에서 시작된다. 

원래는 주식대차시스템 화면의 '온라인협상' 메뉴에 차입 희망주식을 입력하고 대여기관(보관기관)에 차입해야 했으나, 전화·메신저로 협상이 완료되면 결과를 수동으로 입력하는 '차입결과 수동입력'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 내역을 잘못 입력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차입하지 않은 주식이 자체 주식대차시스템상 차입잔고에 반영됐고, 트레이더는 이를 잔고가 있는 것으로 오인, 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는게 검사 결과다.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는 이때 공매도 순보유잔고 보고를 누락한 사실도 적발되면서 내부통제 미흡 등의 이유로 총 75억 4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무차입공매도 등 공매도 제한 위반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적발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자본발 무차입 공매도는 그 이후에도 일어나게 된다. 2019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자회사 골드만삭스인디아는 롯데칠성음료, JW중외제약을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했으며, 이같은 불법 공매도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7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증선위는 또다시 무차입 공매도 금지법령을 위반한 외국 운용사·연기금 4개사에 총 7억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은성수

"불법 공매도 처벌 가볍다" 목소리↑…수기대차거래 등 폐지 요구

이를 두고 일각에선 외국계 자본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의견이 재차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번 무관용 처벌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불법 사례는 매번 되풀이되고 있으며, 그만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시작됐고, 최근 '게임스탑 사태'를 기점으로 그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그 중 하나다. 경실련은 최근 논평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기술적으로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수기대차거래 전면 금지해야 하고 위조무차입주시발행·유통 원천차단해야 한다"면서 "(또한) 대차주식 입고 완료 확인 후 반드시 차입공매도가 실현되는 준법결제시스템 증권사들에게 구축·이행케 하고 위반자에게는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게 옳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2018년 '골드만삭스'가 적발됐을 당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개선하자는 목소리인데,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5일 통화에서 "수기대차거래의 경우, 우리나라도 아니고 일본에서 관행처럼 내려오던 방식"이라며 "핀테크 시대, 이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나 유관기관에서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과도한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실제 견적을 내보고 답변을 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오히려 수기대차거래를 막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사전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불법 공매도로 피해를 입는 비용보다 사회적 편익을 위해서는 더 효율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불법 공매도 감시체계 마련…"수만건 모니터링, 효율 의문"

이와 맞물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내놓은 불법 공매도 감시 체계 방안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한국거래소 내 공매도 거래현황 모니터링을 위한 인프라·조직 구축 등 여러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현재 △모니터링 체계 미비 △정기점검 부족 △점검영역 공백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전산시스템(종목별 실시간으로 공매도호가만 구분·표시)과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장중 시장전체의 공매도 규모, 공매도 상위종목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을 개발해 종합적인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점검주기를 현행 6개월에서 1개월로 대폭 축소하고 여러 과정들을 추가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 안팎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게 사실이다. 매번 '실수'라는 해명에도 지난 2018년부터 외국계 자본의 '무차입 공매도'는 명확한 처벌없이 크고 작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쌓여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시스템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시장의 한 관계자는 같은날(5일) 통화에서 "무차입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면서 "(하지만) 법안이나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최근에서야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것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또 추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시장 안팎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이번에 구축되는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 "하루에 수만건이 되는 거래를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관련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불필요한 행정력이 더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그동안 계속됐던 관행도 과감히 뜯어봐야 한다"면서 "과거 골드만삭스 사례 등에서 문제가 됐던 이슈들을 되짚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