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부터 라면까지…하림, 신사업 확장 성공할까
닭고기 기업에서 종합식품 기업으로 도약 목표 즉석밥·라면·HMR 시장 레드오션…차별화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식품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본격 변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발 사업자로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경쟁력이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림은 다양한 먹거리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즉석밥 ‘하림 순밥(순수한 밥)’을 내놓고 쌀밥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림 순밥은 어떠한 첨가물(산도조절제, 보존제 등)도 넣지 않았다는 점을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웠다. 이 제품은 100% 쌀과 물만으로 지은 쌀밥으로, 구수한 밥 냄새 외에 잡내가 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반도체 공장 수준의 클린룸(클래스 100, NASA 기준)에서 가수(물붓기)와 취반(밥짓기), 실링(포장하기)을 함으로써 안전성을 극대화했고, 차별화된 뜸들이기 등 최첨단 공정을 도입해 밥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하림 순밥은 사각형 트레이에 210g씩 담겨있으며 전자레인지(2분)로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다.
하림은 즉석밥을 시작으로 다양한 HMR(가정간편식)과 라면, 천연육수 소스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식품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순라면’ 상표를 공식 등록하고 라면 생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림의 라면 사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면은 전북 익산 ‘하림푸드 콤플렉스’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완공된 하림푸드 콤플렉스에서는 HMR·조미료·즉석밥 등 간편식을 생산한다.
하림은 이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온 기업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축산업에서 나아가 HMR, 건강기능식품 등까지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푸드 콤플렉스도 이 같은 목표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약 4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난해 약 3만7000평 규모로 완공했다.
펫푸드 분야도 새로 확장한 포트폴리오다. 하림은 지난 2017년 하림펫푸드를 분사하고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진출했다. 충청남도 공주시 진안면에 펫푸드 전용 공장 ‘해피댄스스튜디오(Happy Dance Studio)’를 건립하고 ‘더리얼(The Real)’ 브랜드를 앞세워 프리미엄 콘셉트의 사료를 선보였다.
이처럼 하림이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시된 하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약 5855억 원으로, 자본총계(2695억 원)의 2배를 웃돈다.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영업 손실은 약 40억 원, 누적 당기순손실은 약 78억 원에 다다른다.
신사업 영역이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는 점도 후발주자로서 불리하다. 최근 하림이 진출한 즉석밥, 라면 시장은 이미 시장 점유율을 독식하는 1위 업체가 굳건하다. 즉석밥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 ‘햇반’이 약 7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뚜기, 동원F&B 등 후발주자들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라면 시장 역시 농심이 약 5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 중이다. 나머지 점유율은 오뚜기, 삼양, 팔도 등이 나눠 갖고 있다. HMR 시장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식품·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익숙한 맛을 찾는 경향이 짙어 식품도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며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후발주자 존재감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