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오신환 “국민의힘이 예뻐서, 吳가 잘해서 승리한 게 아냐”
〈강의실에서 온 정치인(175)〉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의 20대 시절 정체성은 ‘연극배우’다. 건국대학교 공대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다, 제대 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로 입학했다. 그때 동기가 배우 장동건·이선균·오만석·문정희 등이다. 30대에 당시 최연소 남성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세 번의 당선과 세 번의 낙선 이력엔 여전히 연극의 흔적이 묻어있다.
오 전 의원은 지금껏 강의실을 찾은 여느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사회 이슈가 아닌 정치 철학을 얘기했으며, 다양한 시청각 매체를 활용한 강연엔 연극과 정치가 혼재돼있었다. 그러나 ‘진정성’이란 접점 속에 배우 오신환과 정치인 오신환이 나란히 놓였다. 그는 1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세상을 보는 시선 -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란 주제로 강단에 섰다.
정당한 의심으로 ‘세상을 보다’
정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오신환 전 의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에서 찾았다. 이는 한 소년의 살해 사건에 대한 배심원의 판결을 그린 영화다. 배심원 12명 중 11명이 유죄로 보던 사건이, 무죄로 보는 1명의 정당한 의심에 의해 어떻게 결과가 달라지는지 과정을 담아냈다. 이를 통해 오 전 의원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진리 역시 틀릴 수 있습니다. 정당한 의심으로,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을 통해 획일성으로 인해 사라지는 개별성에 주목했습니다.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가 억압받는 형태에 대한 지적이죠. 세상을 바라볼 때 어떤 소수의 시선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보궐선거 패인에 대한 분석을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힘이 예뻐서, 오세훈 후보가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라며 “정부의 실정, 무너진 공정·정의, 두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라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180석의 민주당이 다수로서 보여준 행태에 주목했다.
“국민이 무섭고, 민심이 위대한 이유는 총선 1년 만에 20%포인트의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감사하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민심이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만약 민주당이 옳다고 생각한 정책일지라도, 편 가르지 않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야당도 설득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심판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소수는 다수가 될 수 있고, 다수도 언제든 소수가 될 수 있습니다.”
연기와 정치의 접점, ‘진정성’
정치는 소통이 중요하다. 비단 국민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국회나 반대 진영과의 소통 역시 중요하다. 오 전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주역, 나승연 대변인의 소통 방법 ‘3P’에 주목했다. 3P에는 △그림(Picture) △목적(Purpose) △연습(Practice)이 있다.
“첫째, 내용을 전달할 때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야기를 처음 듣는 상대방도 그림(Picture)을 그리며 내용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둘째, 내가 말하려는 목적(Purpose)이 무엇인지 분명해야 합니다. 같은 문장을 말할 때도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 지에 따라 상대에게 달리 전달됩니다. 전달하려는 목적을 압축적으로 전달한 것이 CF죠. 셋째, 연습(Practice)입니다. 수많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일은 연습 없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더해 그만의 소통 방법 ‘1A’를 덧붙였다. 1A는 진정성(Authenticity)으로, “연기는 하는 척(Pretending)이 아닌 하는 것(Doing)”이란 그의 말은 곧 그의 정치적 신념과도 연결됐다.
“제가 생각하는 소통이란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안에 진정성이 빠지면 의미가 없습니다. 연기학적으로 ‘메소드 액팅’이라는 것은 가장 슬펐던 기억을 떠올려, 연기해야 할 장면에 대치시키는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슬픈 척이 아닌 슬픔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죠.
정치를 할 때도 국민을 위하는 척 속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국민과 마음을 공유하고 직접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 감정적인 부분을 알아차립니다. 진정성이 전달돼야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제대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50대, 여전히 당내에서는 ‘청년’
끝으로 오 전 의원은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연소 서울시의원-새누리당 초대 청년위원장-재선 국회의원-70년대 생 원내대표를 거친 그는, 젊은 정치인들의 롤모델이다. 그러나 그의 나이도 어느덧 51세. 청년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여전히 당내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이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10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후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국민의힘의 필수적인 과제를 ‘청년들의 정치 참여 유도’라고 봤다.
“20~40대 청년을 전면 배치해야 합니다. 양질의 좋은 청년들을 2022년 기초단체장·지방의회 선거에 당선 가능 지역에 전략 배치하거나, 청년 비례 할당제를 이용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입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지난 20대 국회를 만 49세에 마감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10명 안팎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은 노쇠화 됐습니다.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죠. 이를 위해 청년공천할당제 명문화, 당 청년정치아카데미 상설화 등 당의 실천적 노력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