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증권유사] 쪼개면 다 올랐나…‘액면분할’ 후 주가 흐름은

카카오, 거래 재개 첫날 코스피 시총 5위 등극…장중 8% 상승세 기록 활발한 주식거래 유도 위해 실시…1주 가격 낮아지며 투자자 접근성↑ 삼성전자·네이버·SK텔레콤 등…분할 후 거래량 ‘증가’, 주가 ‘제각각’ 주가 상승·하락에 직접 영향 無…비즈니스 기회-실적 기대 등이 부양

2021-04-18     정우교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현대적인 증권 시스템이 국내에 구축된 것은 지난 1950년 전후라고 한다. 최초 증권사인 대한증권이 1949년에 설립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에 출범했다. 이후 코스피가 1980년에, 코스닥이 1996년 도입됐으며, 1997년 IMF로 위기를 맞았다. 2008년엔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도했고, 최근에는 '사모펀드 사태'가 이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코로나19에 증시는 요동쳤고, 2021년 코스피는 꿈의 지수인 '3000'을 돌파했다. 보통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난 날을 되짚는다면,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대한민국 증권의 70년 '흥망성쇠'를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카카오

최근 주식을 쪼갠 카카오가 액면분할(주식분할) 이후에도 첫거래일 장중 8%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시가총액(종가 기준) 53조 4790억 원으로 코스피 종목 중 5위에 오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증권가도 상승세를 전망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액면분할이란 카카오의 주가가 이번에 55만 원 선에서 12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처럼 주권의 액면가를 일정비율로 감소시키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활발한 주식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실시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액면분할을 결정한 기업은 유가증권과 코스닥을 합해 14곳이다. 카카오를 비롯해 △펄어비스 △현대중공업지주 △삼일제약 △대한제당 등이다. 이들은 현재 거래를 재개했거나 액면분할을 위해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그간 액면분할을 했던 주요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어땠을까. 한국거래소 자료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유한양행 △대한해운의 액면분할 이후 30거래일 간 주가 흐름은 제각각이었다. 단기적인 하락세를 보인 곳이 있는가 하면, 꾸준한 상승한 기업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50대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265만 원에서 5만 1900원으로 가격을 낮춰 거래량은 전보다 65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주가는 이내 하락세를 겪었고 30거래일만인 2018년 6월 20일 4만 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해 네이버(NAVER)도 주식을 쪼갰다. 네이버의 주가는 70만 4000원(2018년 10월 5일)에서 14만 2000원(2108년 10월 12일)으로 줄었는데, 거래량은 액면분할의 효과로 7.6배 증가했다. 그러나 주가는  30거래일만에 22.9% 떨어졌다. 

2018년

이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290~300만 원을 오가던 주가를 30만 원 수준으로 쪼갰다. 유동성을 높여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는 주주의 요청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이후 거래량은 5.9배 늘었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삼성전자와 네이버와 달리 상승세를 탔다. 재개 후 첫 거래일인 2000년 4월 24일 30만 2000원에서 30거래일만에 24.8% 오른 37만 7000원에 장을 마감한 것이다. 

비교적 최근 액면분할을 한 유한양행도 SK텔레콤의 주가 흐름과 유사했다. 유한양행은 20만원 수준이던 주가를 4만원 선으로 낮추자, 거래량은 반대로 36배가 늘어났다. 4만 6550원으로 시작했던 주가는 어느새 4만 6000원~4만 9000원 선에서 등락하다가 5만 2500원까지 치솟았다. 

같은해 8월 대한해운도 액면가를 종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주가는 1만 8000원 수준에서 1700~1800원 수준으로 줄었다가 증시 상승장과 맞물려 이달에는 3000원까지 올랐다.

통상 주식을 쪼개면 가격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주가 견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카카오는 거래 재개 이튿날인 16일 전일대비 1500원(1.24%) 내린 11만 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여기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지분 5000억 규모 블록딜(시간외매각)이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16일 거래를 재개했던 펄어비스는 오전 한때 급격한 강세를 나타냈다가 오후에는 약세로 바뀌면서 결국 하락장으로 장을 끝냈다. 상승장이었던 카카오의 '첫날'과 다른 양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통화에서 "액면분할은 그 자체로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변화시키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다시 말해) 액면분할로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진다거나 이익창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적인 주가의 상승·하락 재료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액면분할을 한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며 "기업 자체의 비즈니스 기회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