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한경쟁] 식음료업계, 라벨 없애고 친환경 포장 문화 ‘앞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최근 전 산업계에 필(必)환경 트렌드가 주요 의제로 자리 잡으면서 환경 정책과 마케팅이 경쟁적으로 불붙고 있다. 특히 식품·외식·화장품·패션·이커머스·대형마트 등 소비자와 밀접한 기업들은 기업 성적뿐 아니라 친환경 움직임에서도 우위를 점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 등 일회성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여기에서 나아가 기업 경영에서도 환경이 주요한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식음료업계가 최근 제품을 친환경 포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 과자들이 플라스틱 포장과 라벨을 없애고 친환경 패키지로 변화하고 있다.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향후에도 관련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친환경 분위기 확산에는 음료업계가 공을 세웠다. 제품에 두르는 상표띠, 일명 라벨을 없앤 ‘무라벨’ 생수와 음료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다. 라벨이 제거된 페트병은 분리수거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줄여 재활용이 쉽다.
특히 생수 시장은 라벨이 없는 상품들이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생수 ‘아이시스 ECO’를 선보였다. 포장재 절감 효과는 물론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바가 인정돼 최근 열린 ‘롯데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몸체뿐만 아니라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아이시스 에코(1.5L, 2L)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까지 없앴다. 수원지, 무기물 함량 등이 표기된 무라벨생수 마개 라벨은 기존에도 소비자가 제품 음용 시 자연스럽게 제거됐지만 이마저도 없애 비닐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카-콜라사는 먹는샘물 브랜드인 ‘강원평창수’와 ‘휘오 순수’를 무라벨 제품으로 선보였다. 제품명과 수원지 정보는 병마개에, 유통기한 등은 병목에 새겨 넣었으며, 기타 자세한 제품 정보는 쉬운 운반을 위한 묶음용 포장 손잡이 부분에 표기했다.
탄산음료 브랜드들도 라벨이 사라지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올해 초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출시했다.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양도 절감했다. 씨그램 전체 페트 제품의 플라스틱 경량화를 통해 연간 445톤(t)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칠성도 무라벨 ‘칠성사이다 ECO’(300mL)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명, 유통기한, 영양 성분 등 전체 표기 사항은 묶음용 포장 박스에 표기했다.
제과·식품업계는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나섰다. 롯데제과는 ‘카스타드’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완충재를 전량 종이 재질로 변경한다. 회사 측은 오는 9월 이전에 카스타드의 대용량 제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완충재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모두 종이 소재의 완충재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35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엄마손파이’에 사용되는 완충재와 ‘칸쵸’와 ‘씨리얼’ 컵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도 종이로 변경하는 방안도 연내 추진한다.
오리온은 친환경 포장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플렉소’ 방식 인쇄설비에 약 48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 플렉소 인쇄는 기존 그라비어 인쇄와 달리 양각 인쇄방식을 통해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 인쇄 방식이다. 오리온은 앞서 이미 약 70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부터 플렉소 인쇄설비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기존 포장재 인쇄 시 필수적이었던 유기용제 솔벤트를 사용하지 않고, 무동판 인쇄가 가능해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스낵 ‘사또밥’에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했다. 사또밥에 적용한 친환경 패키지는 정부가 부여하는 녹색기술제품 인증을 받았다. 환경독성물질 저감 잉크를 이용한 포장재 제조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76%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패키지 여부는 사또밥 제품 뒷면에 표기된 ‘녹색인증’ 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향후 라면 등으로 적용 제품을 늘려갈 예정이다.
다만 식품·제과업계의 경우 과대포장 문제가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만큼 일회성 정책으로는 소비자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식품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내부 플라스틱 상자, 일명 ‘트레이’의 재질과 모양이 다양해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해 왔고, 과대포장을 부추기고 있다며 기업들의 대안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