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LCC, SOS 날렸지만 답변은…“최후의 보루 또는 그림의 떡”
제주항공, 2차 기안기금 논의中…"현재 자본잠식 위기로 어려워" 기안기금 피해 사업 매각·중단行 …"7% 高금리, 유동성에 부담" 그나마도 그림의 떡? 만족하기 어려운 신청조건…LCC 대거 탈락 유상증자·사모펀드 손벌려 버티는 LCC…"정부 지원안은 소식無"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항공업계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연이어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내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내세운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까다로운 조건과 고금리로 한쪽에겐 ‘그림의 떡’, 한쪽에겐 피하고만 싶은 '최후의 수단'이다. 지난 3월 추가 발표된 지원안은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LCC 1위 제주항공, 자본잠식 코앞에 부채만 1兆…“기안기금 논의中”
25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차 기안기금을 통한 자금 수혈을 논의 중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로,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들어섰다”며 “확정된 것은 없지만 2차 지원 신청과 관련해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코로나 상황 전까지 LCC 업계 규모 1위에 달했던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657억 원 △2분기 854억 원 △3분기 701억 원 △4분기 1146억 원 등 연간 3358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부터는 자본총계가 자기자본을 앞지르는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했다. 부채 비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6%p 늘어난 705%로, 총 부채 비용만 1조 원에 다다랐다.
가뜩이나 현금 없는데…7% 고금리에도 제주항공 ‘울며 겨자 먹기’
업계에서 기안기금은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피해를 겪은 산업(기간산업)을 살리겠다며 40조 원 규모의 기간자금을 출범했지만, 1년간 집행된 금액은 약 1.5%인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항공업계에는 3321억 원만 투입됐다. 신청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이자율이 6~7% 수준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 기안기금을 받은 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전부다.
지원 대상 1호로 꼽혔던 대한항공은 차라리 기내식 사업 매각과 자회사(한국공항) 광산 사업 중단을 택했다.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아시아나항공도 “현재까진 기안기금 재신청 계획도, 한도(2조 4000억 원) 내 추가 집행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2조 4000억 원, 제주항공은 1900억 원의 필요 기금을 지원받았지만 실제 집행금은 각각 3000억 원, 321억 원에 그쳤다. 고금리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의 경우 총액을 집행 받으면 3년 만기 기준 대출금리가 연 7% 후반으로 책정돼, 연간 이자비용만 18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지원 문턱도 못 밟은 LCC들의 읍소
LCC 업계에선 “고금리라도 좋으니 지원이라도 받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간자금의 지원 요건은 △총차입금 5000억 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 △지원 후 6개월간 고용 90% 유지 등이다. 규모가 작은 LCC 회사가 이를 만족하기 쉽지 않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제외하면,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는 LCC가 아직까진 없다. 실제 진에어는 지난해 총차입금이 4098억 원인 탓에 문턱에서 탈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비난이 많지만, LCC 업계에선 그것마저도 그림의 떡”이라며 “유상증자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LCC 업계는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 연이어 유상증자를 발행하고 자본을 조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항공 1506억 원 △티웨이항공 1468억 원 △진에어 1050억 원 △에어부산 802억 원 순이다.
이마저도 소진되면서 진에어·에어부산은 자본잠식에 빠졌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 사모펀드로부터 800억 원을 긴급 수혈 받고 간신히 자본잠식을 면했다.
정부가 지난 3월 ‘항공산업 지원 및 재도약 방안’을 통해 LCC를 대상으로 20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집행된 금액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3월 지원안과 관련돼 자세한 내용을 아직까지 접한 바 없다”며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