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명예교수 “미중 ‘반도체’ 경쟁의 가장 큰 타격은 한국”
[동반성장포럼(72)]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산업은 반도체로 통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유진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8일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국내 반도체 사업의 전망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유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78회 동반성장포럼에서 ‘미·중 갈등과 반도체 전쟁: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란 주제로 강연했다.
미국 두려움의 원인…중국제조 2025
떠오르는 신흥 세력 중국과, 기존 지배 세력인 미국 간 경쟁이 점차 대결 형태를 띠고 있다. 유 교수는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을 참고해 “신흥 세력과 기존 지배 세력의 패권 경쟁 16번 중 12번이 경쟁으로 귀결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른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전쟁이 필연이라 분석했다”며 ‘중국제조 (Made in China) 2025’를 미국의 두려움 원인 중 하나로 풀이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2025년까지 미래 제조업에 대한 기반을 쌓고, 해외 의존도를 낮춰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자는 청사진이다. 유 교수는 “반도체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 기술인 동시에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래 기술과 일치한다”며 미중 갈등의 핵심을 짚었다. 이어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기술우위 및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여론 역시 바뀌었다. 그는 “과거 갈등이 주로 대중 무역 적자와 기술 이전 강요, 지적 재산권 절도에 관한 것이었다면, 현재에는 대중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여론”이라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EU는 전략산업에 필요한 부품과 제품 공급에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해 주요 가치 사슬의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불러들이거나 유치하려 한다”며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왜 반도체인가
그렇다면 왜 갈등의 핵심에 반도체가 있을까. 유 교수는 이 질문에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산업은 반도체로 통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즉 여러 미래 기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꼽으라면 단연 반도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반도체 산업의 ‘승자독식 시장’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고도로 자본 집약적 사업이며,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공정 기술 개발과 공장 운영에 학습효과가 크다”며 “첨단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수가 20년 전 30개사에서 현재는 5개사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한국 △일본 △EU △대만 등 5개국에서 중국이 추가된 형태다.
이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종합 반도체 업체(IDM)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로는 세계 점유율 1위이며, 미세 공정과 양산에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디자인, 장비, 특수 재료에서는 국제적 기업이 없으며 로직 등 다른 반도체는 약세”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의 피해자, 한국…해결책은?
유 교수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나라가 한국”이라 지적했다. 그는 미중 대결에 따라 미국은 △법 제정을 통해 상위 핵심기술 유출 억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지원 △지적소유권 강화와 동맹 형성 등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국가 역량 총동원해 반도체 산업 육성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 투자 단행 △약한 고리 공략: 대만과 한국, 반도체 기술자 활용 등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미중 변화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해결책으로 “규제 완화 및 중소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으로 제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일본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과학 교육 강화 △반도체 및 미래 기술에 대한 R&D 투자 증대 △지적소유권 보호 △국가 안보 관련 기술의 보안과 공급기술 관리 등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을 향한 제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는 혁신과 M&A 등 적극적 기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디자인, 3차원 패키징, 소재, 장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치 사슬을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연한 초격차 및 소형화 전략 구사 △공급 사슬의 유연성 확보 △사이버 보안 강화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