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위기의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은 시간문제?
소규모 캠프 한계 노출…입당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요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윤 전 총장의 행보 자체가 불안불안합니다. ‘권력의 정점’을 노리는 대선주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시작한다고 공지했다가 1시간도 안 돼 비공개로 전환된 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거나, 예정되지 않았던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캠프에서 윤 전 총장이 “도쿄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간다”고 알렸다가 “멀리서만 보고 왔다”, “애초에 공항에 가지 않았다”며 말을 뒤집어 기자들의 ‘오보’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대구 민란’, ‘주 120시간 근무’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전 총장이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왜 캠프가 윤 전 총장의 실수를 막지 못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대선 캠프는 후보의 매니지먼트사나 마찬가지입니다. 일정을 조정하고, 메시지를 관리하고, 후보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유능한 캠프는 별 볼 일 없는 후보를 당선시키기도 하고, 무능한 캠프는 유능한 후보를 별 볼 일 없는 정치인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 윤 전 총장의 좌충우돌(左衝右突)은 캠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프로페셔널하게 후보를 관리하기는커녕, 일정 조정이나 메시지 관리처럼 캠프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후보가 ‘아마추어적’이라는 건 캠프가 ‘아마추어적’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왜 그럴까요. 정치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지목합니다. 우선 캠프 전체의 컨트롤타워를 맡을 ‘좌장’이 없습니다. 현재 윤 전 총장 캠프 총괄을 맡고 있는 사람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입니다. 정치 전문가가 아닌 정책 전문가죠. 후보 본인도 ‘정치 초보’인데, 캠프 관리자도 선거운동 실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캠프 규모 자체도 너무 작습니다. 윤 전 총장 정도의 대권주자라면, 캠프에서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후보의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언론과 지지자 응대도 해야 합니다. ‘검증 공세’에 대처할 인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캠프가 소규모로 꾸려져 있다 보니,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터지는 여러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7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인도 분명하다. 윤 전 총장을 보좌하는 팀에 문제가 있다. 캠프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나 선거운동 실무를 책임질 사람이 부족하다. 캠프 내 의사교환도 원활치 못해 보인다.”
그렇다면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은 왜 이렇게 소규모 캠프를 꾸렸을까요. 바로 이 대목에서 제1야당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 대선주자의 캠프는 ‘이해집단(理解集團)’ 성격이 강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돕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윤 전 총장이 당선됐을 때 얻게 될 ‘보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엽관제(獵官制)라는 말을 듣는 이유죠.
그런데 윤 전 총장 캠프가 대규모로 꾸려지면,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때 역할 재조정이 쉽지 않습니다. 윤 전 총장이 발탁한 인사들과 국민의힘에서 새로 합류한 인사들 사이에 알력 다툼이 생길 소지도 있고요. 그래서 윤 전 총장이 캠프 규모를 최소한으로 했다는 게 일각의 분석입니다. 요컨대, ‘진짜 캠프’는 국민의힘 입당 후 꾸리겠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생각이라는 거죠.
만약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정도의 캠프로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선출이 끝날 때까지 지지율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조차 선거가 임박할수록 제1야당의 구심력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는데,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검증대에 선 윤 전 총장이 11월까지 현재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하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참여입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8월 말로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전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하나의 설(說)에 불과하지만, 윤 전 총장 캠프의 상황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기도 합니다. 과연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선 열차에 탑승하게 될까요. 올라탄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