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전쟁 2라운드…‘몸집 키우기’ 본격화
해외진출하는 제주맥주…韓맥주 외연 넓힌다 주류·외식업체, 특색 있는 수제맥주 개발 속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수제맥주 시장이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돌입한다. 최근 가정 내 주류 소비 증가에 따라 수제맥주가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주류·외식업계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가 무대를 해외로 넓힌다. 제주맥주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제주 에일 시리즈 3종의 수출을 시작한다. 대상 제품은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거멍 에일 등이다. 수출 지역은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동유럽 주요 국가이며 추후 유럽 전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맥주 강국인 유럽 국가를 공략해 한국크래프트 맥주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국산 맥주의 세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제주맥주는 유럽 수출을 위해 영국 유통 전문 업체 테스코(Tesco),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 대형 직영 매장 코리아마트 15개를 포함, 유럽 전역 2만여 점포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 외 레스토랑 등 유흥 채널 1200여 개 매장도 확보한 상태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간 지속된 품절 문제를 해결하면서 유럽 수출길을 열었다. 제주맥주는 2019년도부터 유럽 현지의 수출 러브콜을 받아왔으나, 지난 3년간 148%에 달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국내 물량 공급에도 장기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기가 높아지며 장기 품절 현상이 계속돼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제주 양조장을 2배 증설하고 롯데칠성과의 육지 생산 제휴를 통해 지난 6월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했다. 국내 공급 물량을 안정화하고 나아가 해외 판매처 확대 또한 가능해졌다.
대기업 주류업체들도 다양한 수제맥주로 라인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롯데칠성음료는 제주맥주와 손잡고 수제맥주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수제맥주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2분기에는 제주맥주, 세븐브로이 등 수제맥주를 위탁생산했고, 3분기에는 더쎄를라잇, 어메이징 수제맥주도 추가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소형 수제맥주사의 활성화를 위한 수제맥주 오디션 ‘수제맥주 캔이되다’를 개최하고 참여할 수제맥주사를 모집하고 있다. 이번 오디션은 롯데칠성음료가 진행중인 수제맥주 클러스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산과 유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소형 수제맥주 브루어리 인큐베이팅을 위해 기획됐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품절 대란을 일으킨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를 위탁생산하면서 재미를 봤고 하반기 다양한 수제맥주 발굴로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오비맥주도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를 통해 여러 제조·유통사와 협업 수제맥주를 내놓고 있다. KBC는 위탁생산 개념이 아닌, 내부 상품 기획 단계부터 파트너사와 협업해 ‘개발’에 중점을 두고 차별화를 꾀했다.
제품 출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첫 제품으로 편의점 GS25,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노르디스크맥주’를 출시했고 이후 CU, BYC와 ‘백양BYC 비엔나라거’, 이마트24와는 ‘최신맥주 골든에일’을 연이어 선보였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세븐일레븐과 함께 만든 ‘캬 소리 나는 맥주’도 내놨다. 이로써 오비맥주는 국내 4대 편의점 브랜드 모두와 협업 수제맥주를 선보이게 됐다.
주류업체뿐 아니라 외식업체도 수제맥주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촌은 지난 5월 인덜지와 자산 양수도 계약을 맺고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했다.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문베어브루잉은 연 200만ℓ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맥주 제조 공장이다. 교촌은 생산 경쟁력을 갖춘 제조 시설과 전국 1300여개 가맹점 인프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빠르게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교촌은 최근 문베어브루잉 공장을 정식 개장하고 본격적인 수제맥주 개발·유통에 나섰다. 먼저 기존 판매되던 산 시리즈(금강산 골든에일, 백두산 IPA)는 교촌의 색을 입혀 새롭게 선보인다. 전국 가맹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 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다. 차별화된 수제맥주 개발로 교촌만의 수제맥주 라인업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유흥시장이 쪼그라든 만큼 가정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며 “외식업체들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수제맥주 육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