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조선건국과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수소동맹, 대기업 아닌 대한민국 동맹 돼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동맹은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결합하는 공적인 약속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동맹은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며 발전을 이끌었다.
조선 건국의 주인공은 태조 이성계다. 하지만 이성계 혼자만의 힘으로 475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를 무너뜨리고 역성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노(No)"다.
이성계는 고려의 변방 함경도 함흥 출신의 보잘 것 없는 무인에 불과했다. 그의 조상들이 전라도 전주에서 이주해 함흥에 터를 잡고 원나라에서 관직을 받은 미천한 집안 출신이다.
원명 교체기 혼란기에 출현한 홍건적과 왜구는 권문세족의 횡포로 도탄에 빠진 고려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세웠다. 이성계는 이민족의 침략을 물리치며 국가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최영과 함께 신흥무인의 대표주자로 명성을 떨친 이성계는 새로운 세상을 굼꾸던 신진사대부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혁명파 사대부의 정도전은 이성계를 택군(擇軍)했다. 정도전이 생각한 고려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민생지옥 그 자체였다. 성리학을 수용한 신진사대부는 개혁의 이상은 누구보다도 높았으나 실질적인 힘, 군사력이 없었다. 모든 권력은 수십명에 불과한 권문세족의 수중에 있었다.
정도전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실질적인 힘, 군사력이 필요했다. 이성계가 딱이었다. 당시 신흥무인의 대표는 최영 장군이었지만 그는 역성혁명에 뜻이 없었다. 고려 왕조에게는 충신이었지만 정도전에게는 개혁의 걸림돌이었다. 이성계만한 우군이 없었다.
야심찬 신흥무인 이성계도 ‘두뇌’가 필요했다. 단순히 일시적인 권력을 잡기 위한 모사꾼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구현할 ‘설계자’가 필요했다. 이성계도 정도전을 원했다. 마침내 정도전과 이성계는 동맹을 맺고 위화도 회군을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마침내 혁명파 신진사대부와 신흥무인의 세상이 펼쳐졌다. 새로운 국가 조선이 개창됐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의 설계자답게 국정의 기틀을 구축했다.
만약 정도전이 역성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한민족은 권위를 상실한 고려왕실과 권력욕의 늪에 빠진 권문세족의 횡포에 더 이상 역사발전을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도 북쪽은 홍건적이, 남쪽은 왜구의 지배를 받고, 아울러 외적의 침략을 기득권 유지에 악용하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의 지배를 받는 역사 발전이 멈춘 중세 국가에 머물렀을 것이다.
한민족의 근세를 개막한 조선은 정도전의 신진사대부와 이성계의 신흥무인 연합동맹이 맺은 역사적 결실이다. 조선의 건국자들은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섰고 백성들은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됐다.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5개 대기업들이 인류의 미래인 ‘수소 경제의 개척자’가 되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 지난 8일 공식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바로 역사적인 수소동맹이다.
한국 대기업 오너들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정신 실현과 3천조 원에 달하는 수소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기꺼이 손을 잡은 것이다.
현재 글로벌 선진국들은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 대기업들이 ‘H2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이들과의 경쟁에 본격 나섰다. 한국의 수소동맹이 새로운 역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온 국민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번 수소동맹은 대기업만의 동맹이 아닌 대한민국의 동맹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