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 ‘논란 정면돌파’ 남양·쿠팡, ‘알맹이 없다’ 지적도
홍원식 회장·박대준 대표 등 최고 책임자 국감 첫 출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국정감사 시즌 단골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남양유업과 쿠팡이 올해는 국감장에서 직접 논란 소명에 나섰다. 두 기업 모두 어느 때보다 사회적 논란을 자주 야기한 만큼 이번엔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8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정무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쿠팡은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소속 의원들이 증인 채택을 신청했다. 올해는 양사 최고 책임자가 처음으로 국감에 출석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현재까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 장기환 쿠팡이츠 대표가 국감장에 나왔다. 홍 회장은 정무위와 보복위에, 박 대표는 과방위, 장 대표는 국토위 국감에 각각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홍 회장은 2019년 일명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으로 산자위, 2015년에는 대리점 갑질 논란과 관련해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지만 모두 불출석했다. 대신 각각 이광범 대표, 이원구 대표가 출석했다. 쿠팡의 경우에도 앞서 김범석 창업자가 몇 차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임원이 대신 출석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사 모두 워낙 다양한 구설수에 오른 실정이어서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와 소명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러 차례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데 따른 여론의 뭇매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오너리스크에 따른 대리점주 피해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홍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과장광고 논란과 경영권 매각 불발 사건을 두고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홍 회장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쿠팡은 같은 날 박대준 쿠팡 신사업 부문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국회 과방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근 화재 사고, 근로 환경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진 만큼 회사 측이 최소한 사실 관계를 해명하고 소비자 신뢰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개인정보 유출 건 관련해서는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과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국감장에서 “쿠팡이 고객 개인정보를 중국 베이징 소재 자회사 한림네트워크 유한공사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현지 법령에 따라 이를 들여다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개인정보 열람에 대해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며 “개인정보를 국내 또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 중국 측에 제공되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장기환 쿠팡이츠 대표도 국토위 국감에 출석해 배달 라이더들의 근무 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양사 최고 책임자가 처음으로 국감에 출석했음에도 국감 취지와 실익 면에서는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정무위 국감장에 나온 홍 회장은 오너리스크에 따른 대리점주 피해 구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제3자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에 회사 평판 추락으로 대리점주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보상책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8일 열린 보복위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와 육아휴직 복직 후 부당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홍 회장은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이렇게 논란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고 묻자 “나는 그런 사항을 알지를 못했고 나중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또한 백 의원이 “코로나 예방 효과를 홍보하려는 의도였느냐”, “해당 내용을 미리 보고 받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홍 회장은 “이런 내용을 처음 듣는다”, “보고를 못 받았다”, “죄송하지만 정말 내용을 몰랐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이밖에도 홍 회장은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을 본래 광고 업무가 아닌 물류창고로 발령을 낸 인사 불이익 논란에도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내놨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업무를 빡세게 시켜서 못 견디게 하라’는 녹취록을 틀고 “해당 보도 녹취에 나온 게 본인이 맞냐”고 물었고, 홍 회장은 “맞다”면서도 “오래돼 전후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녹취는) 육아휴직과 관계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고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홍 회장은 “인사팀에서 적재적소에 올바른 사람 둔다는 원칙 아래 그 사람이 광고팀보다는 그쪽으로 가는 게 적절해서 옮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 사람이 그때 당시에 출산했는지조차도 모른다”고 말했다. 임신포기각서가 존재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정작 가장 관심이 쏠렸던 정무위 국감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무위 증인으로 신청됐던 강한승 쿠팡 대표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당초 강 대표는 쿠팡 아이템 위너 제도와 협력업체 갑질 논란과 관련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무위는 강 대표를 종합국감 때 다시 불러 질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나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