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박스권 갇힌 코스피, 해법 있나?
코스피, 10월 거래대금 반토막 답답한 흐름 환률상승, 교역악화, 중국신용위험 등이 원인 볕 들 가능성 낮아도도 낙관론 커져, 판단 각자 몫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날인 6월 30일 코스피 지수는 3296.68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코스피 지수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10월 5일 코스피 지수 3000대가 붕괴하면서 2900대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이후로 코스피는 2900~3000 사이를 횡보하면서 박스권에 갇혀있습니다. 코스피와 박스권을 합친 '박스피'란 별명을 다시 붙여줘야 할 것 같네요.
코스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외국인은 곧바로 '팔자' 행렬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의 '10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은 상장주식을 3조 335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코스피 거래대금을 보면 1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6조 4778억이었는데 10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11조 7538억 원으로 기록했습니다.
왜 이렇게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까요?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달러·원 환율 상승 △교역조건의 악화 △중국 크레디트(신용) 위험 확산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인들의 상황이 개선된다면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문제는 이 세 가지 요인들의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먼저 달러 강세·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2%로 3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조짐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예상보다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통상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외국인들이 신흥국 증시에 투자한 돈이 금리가 상승한 국가로 유출되면서 달러가 희소해지기 때문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최근 들어 '과연 일시적 현상인지 의문'이라며 인플레이션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단기간에 뒤집힐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요인으로 꼽힌 한국의 교역조건은 점차 나아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역수지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출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진입하면서 동 지수는 빠르게 하락했고, 전망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정 연구원은 EBSI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물류비용 상승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 운임을 대표하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와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 두 운임지수는 내년 하반기에 올해 연초보다 각각 20.3%, 185.8% 이상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수출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출기업전망지수가 내년 하반기까지 개선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정 연구원은 높아지는 수입물가와 미국 수요의 둔화가 한국 수출량에 영향을 미치면서 무역수지 흑자 폭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지난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내년 1분기에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며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올해 연초 톤당 7919불에서 내년 상반기에 최고 1만 1663불까지 올라 연초 대비 47.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무역수지 흑자 폭도 축소될 것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크레디트(신용)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까요.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파산 위기는 중국에만 제한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 8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주고 있다”면서 “중국 금융의 불안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며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달러채를 발행하는 회사로 알려진 자자오예도 자회사가 발행한 금융상품을 상환하지 못해서 홍콩 증시에서 거래를 중지 당했습니다. 중국 신용위험에 대한 걱정이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아울러 이웅찬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내년에 통화정책과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하면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규제와 통화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자칫 섣불리 실행한 경기부양책이 물가 불안을 더욱 자극할 수 있고 통화완화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면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종합해보면 당분간 코스피에 볕 들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되는 등 현재의 우려는 저점을 찍고 코스피 지수가 3500~3600까지 갈 수 있다는 낙관론이 펼쳐졌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의 확산과 2022년 한국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발표가 나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내년에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의 판단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