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육개장 가게 사장님의 쪽지
배달업 호황 속 고가 수수료 여전…자영업자 고통 가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얼마 전 재택근무 중 어김없이 배달앱을 켰다. 전날 과음한 탓인지,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었고 육개장을 선택했다. 음식점 정보를 살펴보니 평점이 좋은 데다, 최소 주문 금액만 있을 뿐, 배달비가 없었다.
이내 도착한 육개장, 곧 해장으로 가뿐해질 몸을 기대하며 포장을 풀었는데 배달 음식과 함께 들어있던 종이 한 장을 보고는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종이는 '사장님'의 간절함이 담긴 쪽지였다. 육개장집 사장님은 쪽지를 통해 "쿠팡 배달 비용은 약 7300원, 배민은 6300원입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어쩔 수 없이 매장보다 약 1000여 원이 비싸다"라며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시기다. 이 가운데 호황을 맞은 업종은 바로 '배달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조9023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7% 증가했다. 이는 동월 기준뿐 아니라 월별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세부 상품군별로 살펴보면, 음식 서비스가 2조2688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7% 올랐다. 팬데믹과 비대면 외식 할인 지원, 상생지원금 등 소비 지원 정책 영향으로 음식 서비스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배달 호황에도 불구하고, 육개장집 사장님이 눈물로 적은 쪽지에서 보듯 높은 수수료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배달업계의 높은 수수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과 2달 전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자영업자가 2만 원 팔면 부가세 내고 12% 광고료, 3% 수수료, 배달료 등을 내면, 9000원 정도 남는다. 2만 원 팔아서 1만 원 남는 현실로,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배달앱 사업자들이 6~15% 수준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소비자들이 최근 단건 배달을 원해 배달료 부담으로 힘든 것 같다. 충분히 공감하고 광고료도 경쟁사 대비 3% 낮게 운영 중이다. 우리가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노력해서 이런 문제를 효율화해 갖춰지면 사장님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고민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향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배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출혈 경쟁으로 빚어진 적자를 왜 자영업자들이 함께 떠안아야 하는지,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상생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 가운데 최근 청와대는 사장님들이 기대할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배달 플랫폼 영세 입점 업체에 과도한 부담이 없는지, 인상 혜택이 배달 기사에게도 돌아가는지 등 배달 수수료 관련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얼큰한 육개장 한 그릇으로 숙취에 지친 몸을 풀어준 사장님은 앞선 쪽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글을 끝맺었다.
"청결하지 못한데 맛있는 음식. 이것이 가장 큰 죄악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부족함을 안다. 그래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 소비자에게 음식으로 보답을 약속하며 마무리 지었다.
배달업은 소비자들로만 이뤄진 시장이 결코 아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보답하겠다는 사장님들이 있기에 배달시장이 지금까지 성장한 것임을 관련 업체들은 명심하고, 이제는 진정한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청와대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영업자 표심을 잡고자 흉내만 내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