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집무실 이전, 지방선거 승패 좌우 [신구 권력 충돌]

청와대 개방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우려한 듯

2022-03-23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통령

허니문(Honeymoon)은 없었다.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충돌했다. 대선이 끝난 지 열흘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를 떠나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불가를 외친다. 유례없는 강대강(强對强) 대치다.

이전 반대 명분은 ‘안보 공백’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도 연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갈등의 기저에는 정무적 판단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6·1 지방선거다. 대선 결과는 박빙이었다. 지방선거 승자가 정국 주도권을 잡는다. 양쪽 모두 ‘올인’ 모드다.

키는 윤 당선인이 쥐었다. 국민의힘은 민심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은 막아야 한다. 그 전선(戰線)이 집무실 이전 문제다. 문 대통령도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었다. 하지만 청와대에 남았다. 이유가 뭐든 문 대통령은 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이 고리를 노린다.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을 문 대통령과 차별화한다. 문 대통령을 불통(不通) 프레임에 가두고 본인은 소통(疏通)의 아이콘이 된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여. 이 짧은 시간에 여론을 뒤바꿀 수 있는 이슈다.

이뿐만 아니다. 청와대 개방은 그 자체가 대형 이벤트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했다. 안가(안전가옥)도 철거했다. 대신 그 자리에 시민공원과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국민은 환호했다. 권위주의와 결별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지지율은 치솟았다. 취임 100일 지지율이 83%(한국갤럽 기준)였다. 문 대통령(78%)보다도 높았다. 민주당이 제일 우려하는 그림이다.

청와대 개방 예정일은 5월 10일. 지방선거 3주 전이다. 청와대 개방은 3주 동안 언론을 도배할 만한 이슈다. 민주당이 이보다 큰 어젠다(agenda)를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양당이 집무실 문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도 이렇게 논평한다.

“추상적으로 개방한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개방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천지차이다. 지금은 반대 여론이 높지만 실제로 개방하고 나면 여론이 달라질 거다.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도 다 빨아들일 거다. 그러면 지방선거는 하나마나다. 양당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부딪치는 이유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