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서 ‘잔치’ 연 대한항공·아시아나…본사 앞은 ‘초상집’
"누구 하나 쓰러지거나 죽어야 직원 늘려주겠느냐" 김포~하네다 노선, 2년 3개월 만에 주 2회 운항 재개 대한항공 앞서 직원 시위…"인력확충 없으면 비상시 사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한일 양국 왕래의 상징이 재개돼 기쁜 마음"- 이석우 대한항공 일본본부장
"현장 승무원들, 힘들어서 비행하기 무섭다"- 편선화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여성부장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노선이 약 2년 3개월 만에 이륙에 성공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기념식에서 승무원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포를 터뜨렸다. 반면 같은 날 대한항공 본사 앞에선 승무원들의 ‘번 아웃’을 토로하는 성토의 장이 열리면서, 국제선 정상화에 대해 노사간 뚜렷한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비즈니스 수요 높은 김네다 노선, 주2회 부활…탑승률은 35%
29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두 대형항공사(FSC)는 각각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향하는 KE707편, OZ1085편을 시작으로 하네다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한일 교류의 상징이자 비즈니스 수요가 높은 노선을 재공급하면서 국제선 여객 정상화에 다가간다는 방침이다.
김네다 부활의 첫걸음이었던 대한항공의 B737-900 항공기에는 60명이, 아시아나항공 ‘A321’ 항공기에는 57명이 탑승했다. 이는 전체 좌석 대비 약 35% 탑승률이다. 양사는 해당 노선을 주2회(수·토) 일정으로 운항하다가 오는 7월 이후 증편을 실시하고, 항공기도 290석 가량의 대형기로 바꿔 공급석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운항 재개 결정이 발표되고 항공기를 예약하기까지 시간이 짧아 탑승률이 저조했다. 7월부턴 탑승률이 50% 이상일 것”이라며 “아직 일본 정부가 개인 여행은 금지하고 단체여행만 허용하고 있어 코로나 이전 수치를 바로 회복하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일본 노선 중에서 가장 상용 수요가 높다. 매년 평균 205만 명이 탑승하고, 성수기 탑승률은 98%에 달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인천~나리타 노선은 유지됐지만, 두 공항이 양국 수도와 거리가 있는 편이라 김네다 같은 기능을 하지는 못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김네다 노선은) 코로나 이전 연간 약 260만 명의 수요가 있었던 한일 핵심 노선”이라며 “그간 운항 재개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되어 온 만큼 양국 고객들의 편의가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노선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운항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 "승무원 1명 당 22명에서 36명 책임…죽어야 늘려주나"
양사는 이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기념식을 진행하며 비행승무원들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포공항 내 면세점도 영업을 재개하면서 간만에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같은 날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는 대한항공 노조의 ‘승무원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네다 등 여객 노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된 승무원 인력이 2018년 수준으로 충원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한항공 측이 다음달부터 기내식과 기내 용품 제공 등 기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노조의 공분을 샀다.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대한항공은 오는 7월 6일부터 정상화를 넘어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더 늘린다고 발표했는데, 회사에선 각 항공편에 탑승하는 객실 승무원의 수를 줄이는 규정을 발표했다”며 “2018년에는 8명의 승무원이 승객 180명을 담당하다가, 2020년엔 220명, 2022년 7월부터는 290명을 담당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송 지부장은 “(탑승률이) 100% 예약일 경우 모든 항공편에서 승무원 1명이 줄고, 80% 이하에서는 2명의 승무원이 줄어든다”며 “담당하는 승객이 늘어나면 당연히 승무원의 업무량은 증가한다.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비상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승객들의 생명도 위태롭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선화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여성부장도 “현장에서 승무원들은 힘들어서 비행하기 무섭다고 한다. 누구 하나가 쓰러지거나 죽어야 인력을 늘려줄 것이냐”며 “(기내 서비스에) 이미 체력을 소모해서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 사고라도 나면 노약자나 유아동반 승객을 탈출시킬 수 있을까 고민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여객 수요 급증에 대비해 충분히 선제적인 인력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운항승무원은 이미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객실승무원도 여객 수요 회복 상황에 따라 신규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