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이 이재명을 포위할 수 없는 이유 [민주당 전당대회]
‘어대명’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동상이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목되는 것이 있다. ‘97그룹(70년대 태어난 90년대 학번)이 이재명을 포위할 수 있을까?’ 부분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파다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97그룹을 대항마로 눈여겨보고 있다.
1971년 대선을 앞두 신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유진산 대신 김영삼-김대중-이철승 중심의 40대 기수론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민주당 안에서도 97바람으로 ‘어대명’을 꺾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담겨 있다.
현실은 어떨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97그룹 자체가 같은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가치나 계파, 노선 면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손을 잡기에는 동상이몽이기 때문이다. 비주류 대표주자인 박용진 의원을 제외하면 특정 계파의 대리로 나서는 모양새거나 이재명 의원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들로 비치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민주4.0 부엉이모임에 몸담았던 차세대 친문(문재인)이다. 당초 친문 중에서는 홍영표(4선)-전해철(3선) 의원이 당권 도전을 시사했으나 출마를 접으면서 이재명 의원이 불출마하도록 압박해 왔다. 이들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강 의원이 친문을 대표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이재명 의원을 비롯해 처럼회(친명계)와 가깝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강훈식 의원은 ‘이재명 출마’를 비판하는 위치에 있지만 이 후보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공동전선 구축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박용진-강병원’ 의원은 일찌감치 컷오프 전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박주민-강훈식’ 의원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왔다.
명분도 문제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97그룹 각자의 개성이 있고 정치적 역정과 어젠다가 다른데 이재명 의원 하나 대항하자고 단일화한다는 게 정치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차세대 주자들의 발상이 될 수 없을뿐더러 명분과 실리도 없다”며 “차라리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의 정치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존재감을 키워 다음 기회를 내다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