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항공사에 ‘코로나 브로커’ 횡행?…“재검사 요구하며 접근”
비엣젯항공 발권 中 "코로나 검사 다시" 요구에…140만동 지불 귀국 후 확인하니 "이상無"…한국인 가족은 300만 동 이상 피해 피해자들 "한국인만 콕 집어 피해…한국 외교부·대사관 나설 때" 항공사 "현지 조사 중"…韓 대사관, 베트남 항공청에 공문 보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베트남 관광을 떠난 한국인들을 상대로 최근 현지에서 ‘코로나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빌미로 1인당 140만 동(한화 약 8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하고 뒷돈을 챙기는 방식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 코로나 브로커가 ‘비엣젯항공’ 등 현지 항공사와 모종의 뒷거래를 거쳤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특히 해외여행 대목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국인 피해자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한국 대사관을 비롯해 현지 공항·항공사 관계자들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 26일 베트남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항공의 하노이~부산 노선(VJ982) 탑승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시 예약했던 항공편이 갑작스럽게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고 다시 항공권을 발급받기 위해 비엣젯항공 카운터에서 여권과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음성결과서를 제시했으나, 비엣젯항공 유니폼을 입은 베트남 직원이 “제출한 신속항원검사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발권을 거부한 것이다.
A씨는 신원미상의 현지 직원의 인계를 받아 공항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병원으로 가 다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140만 동의 금액을 지불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비용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140만 동이면 베트남에서 굉장히 큰 돈”이라며 “동행했던 다른 한국인들은 각각 120만 동과 100만 동, 한 가족은 300만 동이라는 거금을 지출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노이 시내 병원 신속항원검사 비용은 1인당 최소 15만 동에서 최대 35만 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최대 100만 동의 금액을 ‘코로나 브로커’가 챙긴 셈이다.
심지어 피해 한국인들이 입국 후 김해공당 내 검역 당국에 확인한 결과, 당시 거부당한 신속항원검사 증명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피해자들은 현지 직원이 고의로 연고가 있는 병원에 인도하고, 비싼 신속항원증명서 발급을 유도하면서 뒷돈을 챙겼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앞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에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비엣젯항공(VJ960편)에 탑승하려던 이모 씨(50) 등 일행 3명이 동일한 일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제출하는 음성확인서에 문제가 있다고 속인 후 재발급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 횡행하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시사오늘〉에 “더 큰 금액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이 많다. 안전해야 할 공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비엣젯항공과 하노이 공항의 관리 소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무리 외항사라 하더라도 한국 외교부와 대사관이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같은 항공기에서도 한국인만 콕 집어 이런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비엣젯항공 관계자는 “코로나 확인서의 양식이 국가 간 다르다보니 확인 절차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베트남 본사도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현지에서 조사하고 있다. 다만 직원(브로커)이 비엣젯항공의 직원일 수도 있고, 위탁 조업사 직원일 수도 있어서 조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사건이 커지자 한국대사관은 최근 베트남 민간항공청(CAAV)에 공문을 보내 "일부 베트남 측 항공사가 한국 정부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며 "코로나19 검사과 음성확인서 발급에 지나친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에 대한 신고도 다수 들어왔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CAAV는 "각 항공사에 한국의 입국 지침을 재차 통보했고 주의를 촉구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