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하반기도 ‘N차 가격 인상’…“근거 없는 인상 감시 강화”
햄버거부터 라면까지 도미노 인상 계속 소비자단체-정부, 감시 활동 강화 예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각종 먹거리와 가공식품 등 가격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그야말로 ‘N차 가격 인상’이 본격화됐다. 이에 시민단체와 정부는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근거 없는 가격 인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국제 정세 악화,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장바구니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기업의 가격 인상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한 해 동안 여러 번 가격을 올리는 N차 인상까지 감행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햄버거 프랜차이즈들ㅇㄴ 줄줄이 판매가를 인상했다. 맘스터치는 버거 200원, 치킨 1000원, 사이드 메뉴는 100~400원까지 올리면서 총 50종 제품 판매가를 인상했다. 노브랜드버거도 버거, 사이드 메뉴, 음료 등 40여 종의 판매가격을 평균 5.5%, 268원 상향 조정했다. 맥도날드 역시 메뉴 가격을 최대 400원, 전체 품목 기준으로는 평균 4.8% 올렸다. 맘스터치와 맥도날드는 약 6개월, 노브랜드버거는 8개월 만에 인상이다.
추석 이후에는 라면 가격도 오른다. 지난해 일제히 가격을 올린 라면업계는 1년 만에 또 한 번 도미노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8월이며, 스낵은 올해 3월이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로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인상 품목은 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 등 12개 브랜드다.
소비자단체는 기업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농심의 가격 인상을 두고 “라면 산업 분야에서 50% 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 적자 만회를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은 알겠으나, 독과점 시장 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인상이 동종업계를 비롯해 식품 시장과 외식 물가의 연쇄적 가격 인상의 포문을 여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에는 콩기름 가격 자체 분석 자료를 내놓으며 원재료 가격 추이와 제품가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18년 1월~2022년 6월까지 원재료 가격과 3개 콩기름 제품 소비자 가격의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반적으로 소비자 가격은 원재료인 대두유 가격과 일관된 추이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때 소비자 가격이 인상된 적이 많아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라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2018년 1월 대비 2022년 6월 원재료 가격은 748원 상승했으나, 소비자 가격은 2979원 상승해 4배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는 향후에도 불합리한 가격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6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소비자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탐색,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과도한 가격 인상에 대한 감시 견제는 물론, 기업과 유통업의 투명성과 윤리성에 대한 언론 공개로 소비자 중심적 업체는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소비자단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소비자단체장 간담회에서 “물가 오름세 분위기에 편승한 근거 없는 가격 인상이나 독과점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더욱 활발한 견제와 감시 활동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추 장관은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기일수록 물가안정을 위한 소비자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물가 감시 활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내년 재정 지원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