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집토끼 [기자수첩]
호남서 열광했듯 보수서도 선택 받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오는 19일부로 정치 선언한지 10년이 된다. 원조 일요일(18일)의 남자 답게 ‘안철수의 정치 10년사’를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십 년 전인 2012년 9월 19일 안 의원은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대 대선 출마와 정치 입문을 공식 선언했다. 엄청난 인기였다. 홀로 지지율 50%대를 달렸다. 존재감은 2016년 총선 때까지 발산됐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을 밀어주는 대신 안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에 몰표를 주다시피 했다. 전체 의석수 26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서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3곳에서만 가까스로 이겼다.
‘안철수’라는 인물은 중도를 상징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특정 정당의 집토끼에서 열광적 선택을 받았을 때 빛이 났다. 전통텃밭을 기반으로 중도를 견인했기에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정부 초석을 놓겠다는 다짐으로 국민의힘과 합당했다. 당의 중도개혁과 외연확장을 목표로 당권 도전도 시사했다.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입지 강화가 중요하다. 당과의 스킨십을 높이려면 당대표가 되는 게 좋다.
문제는 보수층서 시큰둥해한다는 것이다. 집토끼들이 ‘쎄-’해하면 중도서도 탄력 받기 어렵다. 일례로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달 30,31일 실시한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보면 안 의원은 전체응답자뿐 아니라 보수 응답층에서 각각 5%에 그쳤다. 순위 상 6위다. <UPI뉴스>와 KBC광주방송이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해 13,14일 조사한 ‘당대표 적합도’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전체 응답층에서는 4위(10.9%), 보수층에서는 3위(13.5%)에 머물렀다.
‘서 있는 곳’의 기반이 약하니 시너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이 문제 해결의 실용 정당, 약자를 보듬는 대중정당이 되길 바랄 것이다. 이 때문에 총선을 승리로 이끌 중도보수 정당의 적임자로서 당권 도전도 예고했을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집토끼의 선택이다. 그 뒤 외연을 넓혀도 넓힐 수 있다.
안 그럼 신기루다. 당대표는 물론 차기 대권도 못잡는다. 스스로도 중도의 한계를 알고 있듯 스윙보터는 있지만 중도란 불확실하다. 다시금 집토끼에서 어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십 년 정치를 앞두고 고민해봤음 싶다.
※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