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래차 핵심 경쟁력은…“PBV·UX 신기술” [르포]

지난 16일 ‘UX 테크데이’서 미래 PBV·UX 개발 방향성 제시 공항픽업용 PBV, 트렁크 없애고 조수석엔 캐리어 거치대 적용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도 PBV 인테리어 연구 결과물 선봬 “고객에 최고 경험 선사할 수 있도록 UX 개발 더욱 매진할 것”

2022-09-19     장대한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공항

"35년 전 현대자동차그룹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차량 본연의 성능과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감성품질이라는 주제가 개발 목표로 부상해 있더라. 이 모두를 관통하고 미래를 열어갈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우리가 선보이려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 'PBV'와 사용자 경험 'UX'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제품개발통합담당 부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UX 테크데이 2022' 자리에서 이 같이 밝히며, 현대차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담아 낸 PBV(Purpose Built Vehicle)와 UX(User Experience) 신기술이 사람들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임을 강조했다.

PBV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올해 기아가 선보인 파생형 PBV 모델인 레이 1인승 밴과 니로 플러스를 떠올리면 된다. 해당 모델들은 짐을 싣거나, 고객을 나르는 등 다양한 사업 목적에 맞춰 쓸 수 있도록 최적화된 기술이 반영된다. 그리고 사용자(사람) 편의에 초점을 맞춘 제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이를 하나로 조화롭게 연결해주는 기술이 UX다.

향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까지 접목되면, 이러한 모빌리티 공간에 대한 고객 경험과 가치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즉 PBV는 이들이 부르짖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원대한 포부를 실현할 초석이자,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PBV

이를 반영하듯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첫 PBV 콘셉트 모형(이하 테스트 벅)은 SF영화에서 봤을 법한 이동수단들을 연상케 했다. 미래 모빌리티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느낌이 들었다. 특히 UX 스튜디오 서울 1층에는 PBV 초기 개발 과정에서 나무로 만든 '스터디 벅'과 함께 이를 실물로 구현한 '엔지니어링 벅'을 배치, 초기 콘셉트가 실체화되는 변화 과정까지 풀어냈다.

해당 콘셉트 모형은 공항 픽업용 PBV로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의 전용차 전기 플랫폼 e-GMP가 아닌, 오는 2025년 선보일 예정인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조수석 대신 캐리어 거치대를, 트렁크 공간 대신 탑승 공간을 배치함으로써,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 뿐 아니라 유모차나 휠체어 등의 교통약자까지 편한 탑승이 가능토록 한 게 특징이다. 

차량 승하차가 편하도록 실내 캐빈룸 높이를 1700mm로 확대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러면서도 주차장 높이 제한인 2.3m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 2열 시트는 접이식으로, 좌우 슬라이딩 기능까지 적용해 공간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승객이 없을 땐 해당 자리를 접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셈이다. 3열은 3명이 나란히 앉아갈 경우 어깨가 닿아 불편할 수 있음을 고려, 가운데 좌석만 따로 전진 배치 가능하게 했다. 

공항

차량 UX 연구개발 전용 공간인 UX 스튜디오 서울 2층에선 UX 신기술들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우선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모드 변환 콕핏'은 자율주행 기술을 전제로 △드라이브 모드 △오피스 모드 △릴랙스 모드 등 세 가지 설정에 따라 조명과 시트 각도, 디스플레이 등을 달리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형태의 UX를 제공한다.

현대트랜시스의 경우 사용자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시트에 앉으면 생체신호나 체압을 측정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VIP 모드는 2열 시트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젖혀지고, 독립형 사운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교통약자나 유아를 동반한 고객 등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함은 물론 웰니스 산업 등 이종산업간의 다양한 융복합까지 이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현대차·기아가 미국 MIT 미디어 랩과 공동 개발한 ‘반응형 PBV 시트 콘셉트’는 1열 벤치형 시트의 부활을 가능케 해 줄 기술로 눈길을 모은다. 벤치 시트는 좌석 공간 효율성과 편안함을 무기로 클래식카에 많이 탑재됐었지만, 커브길에서 탑승객을 단단히 지지해주지 못하는 문제 등이 있어 그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새로 개발한 반응형 PBV 시트 콘셉트는 벤치 모양의 좌석을 마치 '빈백'처럼 각 승객별 체형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해 준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태우는 PBV에 요긴하게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엔 정말 차량 내부에 거실 소파를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봤다.

현대차·기아가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이제는 차량을 만든 후 피드백을 받아 조금씩 개량시켜 나가는 생산자 중심의 시대가 지났다"며 "사용자 가치를 설계부터 반영해 나가야만 고객이 차량에 몰입할 수 있고 그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 하반기 중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한 PBV 전용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간 15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첫 기아 PBV 전기차 전용 공장도 짓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PBV 1위 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제품통합개발담당 부사장도 "과거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기술을 따라가는 팔로워 입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들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BV 등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에서도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UX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