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름 “미래 문제 해결 주체는 ‘청년’” [청년 인터뷰]
권아름 원주시의원 (더불어민주당) “청년, 사회적 약자에서 발돋움하려면 맞춤형 정책 필요…당사자 직접 참석 거버넌스 구축 필수” “정치인 발언은 책임감 가져야…국민 바라는 일 열심히 하는 정치인, 전문성 갖추고 있어야 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권아름 원주시의원(36세)은 부모가 되면서 정책과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원주에서 학창시절을 마치고 서울로 상경한 그는 그곳에서 일하다, 임신 후 고향에 돌아와 출산을 했다. 자연스레 원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제반 시스템에 주목하게 됐고, 이것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제도권 밖에서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당차게 제도권 안에 들어오기로 결심했다.
권 의원은 제도권 진입을 고민할 후배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조언으로 “다가올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청년뿐이라는 능동적 자세로 도전하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실패하더라도 결코 실패가 아니다”며 “저 또한 지역의 일꾼으로서, 정당의 한 사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일 원주시에 소재한 의원사무실에서 진행됐다.
1. 시그니처 질문
“청년이 사회적 약자? 개인 고려해야…당사자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할 것”
“청년 정치, 세대교체 과도기 단계…변화 과정 있어 당사자인 청년 목소리 들을 필요”
- 청년이 사회적 약자인가요.
“우선 약자에 대한 정의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국어사전에 의하면 ‘약자’란 힘이나 세력이 약한 개인 혹은 집단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집단으로 보면 약자일 수 있겠으나 개개인의 상황이 다 다른데 이를 전체로 뭉뚱그려 약자로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단, 그 안에서도 다양성을 고려해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약자의 기준을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업계 종사자 △보호 종료 아동 △하청업체 근로자 등을 꼽았다. 산업계 관행에 의해 늘 피해를 입거나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었다. 그리고는 “우리 세대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진 않잖아요? 그런 기회조차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을 약자라 칭해야 될 것 같습니다”고 덧붙였다.
-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개개인 수요를 고려해 맞춤 정책을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입법자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라,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부분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정책을 받는 당사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가 이뤄진 후에 나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직접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죠.”
- ‘청년 정치’도 일종의 프레임일까요.
“세대교체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잡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란 ‘양복 입은 사람들이 편갈라 싸우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세대 교체가 일어나는 과도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며 다양한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 이 과정에 있는 세대들의 어떤 니즈가 없이는 힘들잖아요. 이것(불공정)을 이겨내야만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죠. 청년들의 목소리가 전과 달리 유래 없이 커지다 보니 외부에서는 ‘청년 정치’라는 틀로 묶어서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2. 국정 현안
“레고랜드 사태, 책임공방 이전에 해법 마련 주력해야…정치인들, 발언엔 책임감 가져야해”
“민주당 지지율 상승은 여당에 대한 실망감에서 얻은 반사이익…‘전문성’ 갖춘 정치인 되자”
- 레고랜드 사태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한창입니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봅니까.
“책임을 논하기 전에, 정치가 누군가를 탓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책임공방이 아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강원도 채권의 신용도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거든요. 싸우기 앞서 함께 논의해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 국정감사 기간 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 폭로를 두고 당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는 모양새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바람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일반 시민에서 정치인이 됐습니다. 정치인이 되고 나니 제 발언에 무게가 생겼어요.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죠. 김의겸 의원이 제시한 의혹은 증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저는 증거 없는 의혹은 문제만 일으킬 뿐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확실한 증거 없이 의혹만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조금 조급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국민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일을 하기 바라는 것이거든요. 일을 열심히 해서 국민들이 먹고살기 좋게 해준다든지 그런 기대감이 있는데, 그런 것을 저버리고 이런 폭로 혹은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죠.”
- 최근(10월 28일 기준) 일부 여론조사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서 고무적일 듯합니다. 왜 앞선다고 보나요.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실망만 안겨주면서 국민의힘에 정권을 뺏겼어요. 그러나 새로운 대통령이 기대감에 이르지 못해 다시 민주당에게 지지율이 이동하는 추세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이 잘해서 옮겨지는 것이 아닌 실망감이 다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실망에 의해 지지율이 올라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는 민주당이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먼저 일을 잘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과 열정도 필요합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향한 사랑과 희생, 봉사가 없이는 다시 사랑받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 정치인이 갖춰야 할 전문성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이번 국정감사로 예를 들 수 있겠네요. 의원들은 질문할 때 의혹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와 확실한 대안을 수반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에서 나아가 저와 같은 기초의원도 마찬가지죠. 상임위에서 질문할 때, 대다수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듣고 대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대변하는 게 우리의 의무잖아요? 그것처럼 국회의원들도 많은 국민이 원하는, 정말 약자들이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나아질 수 있느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전문성이라 생각합니다.”
3. 정치 활동
“청년 정책위서 강원도 청년 실정 알려…의원된 뒤 ‘청년 네트워크’ 조례안 통과시켜”
“시민 눈높이서 행정감사…원주시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격차, 청년들 원도심 거주 기피”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서 원주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는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란 무엇 인가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참여정부 시절 출범한 수도권 과밀현상을 분산시켜 국가가 균형되게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데요. 원주시 경우,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전문 위원들을 차출해 생생한 지역의 이야기를 듣는 위원회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 청년 정책에 어떤 기여를 했나요.
“여러 가지를 했는데요. 일단 시 청년 정책위원회를 시작으로 강원도 청년 정책조정위원회와 국무조정실 청년 정책위원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했었죠. 강원도 청년 대표로 국무조정실 가서 청년위원들과 간담회 하면서 지역 실정을 알렸죠. 다른 지자체에서 먼저 실행 중인 정책 중 우수 사례들을 원주에서도 시행할 수 있도록 장을 열었습니다. 4개의 대학 총학생회와 연구원을 개설해 대학생들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루트를 찾기 위해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협의하는 연구 활동도 진행 했었어요.”
- 한국 청년거버넌스 부대표를 맡으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요.
“매주 일요일마다 청년들과 토론하는 왁자지껄 토론회를 같이 진행했고요. 앞에 말했던 연구원에서 한국 청년 거버넌스와 MOU를 맺고 청년들의 활동을 서로 교류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같이 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원주시 청년 기본 정책에 대해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어요. 그 조례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원주시에서 청년들을 모아놓고 정책을 토론하는 ‘청년 네트워크’가 없었거든요.”
- 원주시 행정감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사 기간 중 어떤 내용을 다룰 계획인가요.
“현재 행정복지위원회에 속해 있습니다. 약자를 대변하는 시선에서 행정감사를 바라보려고 해요. 행정이라는 것은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법적 근거에 의해 일을 하는 것이잖아요. 시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서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예로 시에서는 ‘행복원주’라는 책자를 발행하고 있어요. 마치 월간지처럼 전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중이용시설과 구독자들에게 우편 발송을 해주는데요.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은 원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뭔지 모르고 원주에는 특별한 행사도 없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문자로 발송해주면 많은 시민들이 먼저 알고 갈 수 있죠.”
- 지역의 가장 큰 현안으로 보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역 소멸과 인구 유출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내 지역 간 격차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들어서면서 원도심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아 빠져나왔어요. 원도심 상권이 죽고 상인들은 살기가 힘들어지는 복합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있어요. 국가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문제도 지금 시에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신도심은 상황이 어떤가요.
“원주에 처음 신도심이 혁신도시가 조성됐을 때는 사람들이 정주하지 않았어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공공기관들이 옮겨왔지만 공무원들과 직장인들이 다 출퇴근하려고 관광버스를 탔죠. 당시에는 저녁시간만 되면 고속버스가 한 줄로 도로 한편에 쫙 진열돼 있었어요. 주말마다 도시가 비어있으니 지역 상인들은 주말에 장사가 아예 안 되는 슬픔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곳으로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4. 정치 소신과 마무리
“가슴뛰는 정치를 하자, 뭔가 바꾸고 하고싶은 열정이 없다면 정치인 하지 말아야”
“내 롤모델은 ‘앙겔라 메르켈’…여성 정치인 한계 극복하고 외유내강 리더십 가져”
- 정치하면서 생긴 좌우명이 있나요.
“‘가슴 뛰는 정치를 하자’가 제 좌우명입니다. 다른 정치인들 봤을 때 왜 저 자리를 굳이 고수하는 거지?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어요. 자리만을 위하는 정치인들에게서 그게 일이거나 혹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계속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사람한테서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정말 가슴 뛰고 뭔가 하고 싶고 바꾸고 싶은 열정이 없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부터라도 그렇게 하지 말자는 마음이 있어야겠죠.”
- 롤모델 정치인이 있다면 누구인지, 또 그 이유는요.
“어느 때는 여성 정치인이다 보니까 정치의 한계를 많이 느껴요. 메르켈 총리 같은 온화한 내면인 동시에 강인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저처럼 힘들지 않게 길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요, 훗날 누군가는 저를 롤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웃음).”
- 청년 정치인으로서 애로점이 있다면요.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장 큰 애로점인 것 같아요. 나이가 어려서 혹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고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19세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여러 경험을 많이 했어요. 집에서 가장 노릇도 많이 했었고요. 젊더라도 내면에서 나오는 힘 혹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내공 등이 있을 수 있으니 사람을 볼 때 나이로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 정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제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정치할 때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다음 세대를 위해, 지역을 위해 50년, 100년 내다보고 일을 했으면 좋겠거든요. 그것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우리 청년들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자세로 멀리 보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실패하더라도 결코 실패가 아니잖아요. 저도 출마를 망설였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쓰임 받는 거라고 생각하니 힘이 나더라고요.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대의 문제도 우리가 풀어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