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독일 헤리티지 펀드 착오취소 결정…투자금 반환규모 4300억

조정 성립 시 수천 억 비용 발생 올 4분기 실적 영향은 미미할 듯 판매사들, 가지급·충당금 쌓아둬

2022-11-23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융당국이 신한투자증권 등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사 6곳에 대한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조정성립 시 신한투자증권 등 6개 판매사가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할 투자금은 총 4300억 원(일반 투자자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반환규모가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지급과 충당부채 적립을 해둔 상황이다. 미리 리스크를 대비했다는 의미로, 조정이 성립되더라도 올 4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 21일 이 같이 결정하고, 해당 내용을 조정 신청인(펀드 투자 피해자)과 6개 판매사에 알렸다.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양 쪽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 조정성립이 된다.

이번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대상이 된 판매사는 6곳으로, 신한투자증권이 판매금액과 민원수가 각각 3907억 원, 15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액 기준으로 △NH투자증권(243억 원, 17건) △하나은행(233억 원, 4건) △우리은행(223억 원, 4건) △현대차증권(123억 원, 11건) △SK증권(105억 원, 1건) 순이며, 총 판매금액은 4835억 원(법인 투자자 등 포함)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조정성립 시 무려 3907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만기상환이 지연된 2020년 4월부터 일부 고객에게 동의를 받아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했다.

2022년 9월 말 기준 가지급 금액은 1889억 원이다. 아울러 해당 펀드와 관련해 2272억 원을 충당부채로 적립해뒀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6개 금융사에 권고하는 한편, 조정성립 시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 단체인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2일 성명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국내에서 독일헤리티지펀드가 판매될 당시부터 시행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즉, 이미 계약을 진행할 수 없을 상황이었음에도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기재해 판매한 것이며, 독일헤리티지펀드는 판매 당시부터 부당펀드였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매사들은 염치가 있다면 계약취소 결정을 즉각 수용하고,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오전 현재까지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한 판매사는 아직 없다. 반환규모가 가장 큰 신한투자증권 역시 이사회를 통해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분조위 결정 후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이사회 개최 일정은 늦어도 오는 12월 초중순께가 될 전망이다.

업계 안에서는 이들 판매사들이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조위 분쟁조정 결과가 ‘권고’ 형태이긴 하지만, 불수용 시 금감원 결정에 대척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사모펀드 관련 분조위의 계약취소 조정안 사례 중 옵티머스 펀드 계약취소 결정 건에 대해 NH투자증권이 불수용한 사례가 있지만 ‘완전 불수용’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계약취소를 불수용하면서도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전액을 보상하고, 하나은행 등 수탁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