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대표 체제 돌입한 11번가…서비스 고도화·상장 ‘가속 페달’

하형일·안정은 대표, 기업가치 증대·경쟁력 강화 집중 기술력 기반 차별화 서비스 강조…실적 개선은 숙제

2022-12-08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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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고도화를 통해 상장 작업 고삐를 죈다. 회사는 최근 하형일·안정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상장 작업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당장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기업 가치 극대화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기존 하형일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변화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명의 대표가 각각 사업 경쟁력 강화, 기업 가치 증대에 집중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상장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이 내정됐다. 11번가의 첫 여성 CEO다. 안 내정자는 사업 전반의 성과와 차별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게 된다.

안 내정자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e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로 정평 나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11번가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 이후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해왔다.

지난해 론칭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연간 500만 건의 동영상이 리뷰로 쌓이는 ‘꾹꾹’ 서비스 등이 모두 안 내정자의 작품이다. 올해 초 하형일 사장의 취임과 함께 COO를 맡으며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서비스 기획에도 집중했다.

신규사업 전략 전문가인 하형일 사장은 다양한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11번가의 기업가치 증대에 전념하게 된다. 지난 3월 선임된 하 사장은 11번가의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위해 선임된 인물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맥쿼리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 업계에서 일하다 지난 2018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각자 대표 체제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e커머스 시장에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시장 변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해 신성장동력 확보와 서비스 고도화, 한층 강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가 주요 경쟁력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기술력이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열린 온라인 테크 컨퍼런스 ‘11번가 테크 토크 2022’(Tech Talk 2022) 주제도 ‘무노력 쇼핑을 위한 기술’(Technologies for Zero Effort Commerce)이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쇼핑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노력을 최소화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하 사장은 “11번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2.0버전으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중심 해외직구 선도 이미지 구축 △직매입(슈팅배송)을 통한 구매경험·상품경쟁력 제고 △멤버십·검색·추천 등 펀더멘털 강화 △미래성장산업 발굴 △성장기반 확보 등을 11번가 2.0 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더불어 빅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커머스 테크 체인(Commerce Tech Chain)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커머스 테크 체인은 △상품의 이미지나 상품명만으로 정확한 상품정보를 인식 △시장동향 분석으로 상품 트렌드와 최적 판매가격 판단 △서비스를 통한 고객행동 분석 △검색·추천 알고리즘의 학습(머신러닝) △고객분석 기반 타겟 마케팅 등이 빅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서로 연계돼 제공되는 형태다. 

마이데이터 사업권 획득도 이와 무관치 않다. 11번가는 지난 7월 이커머스 업계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획득한 뒤 ‘머니한잔’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카드사·은행·금융투자·간편결제 등 주요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에서 제공하는 페이·포인트 등 흩어져 있던 금융 정보를 11번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맞춤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11번가가 상장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가운데 성장성과 수익성을 입증할 실적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주춤해진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개선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11번가의 2022년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1328억 원) 대비 43% 증가한 1899억 원을 기록했다.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3분기 거래액도 지난 2분기 대비 3.9배 규모로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여전하다. 3분기 영업손실은 364억 원으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87억 원 개선됐지만 전년 동기(-189억 원)보다는 2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11번가는 기존 밝힌 대로 내년 하반기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IPO(기업공개) 추진을 위한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