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 속 삼성·SK가 허리띠 졸라매는 방법
최악의 성적표…삼성 실적 50% 줄고 SK는 적자 최대 5조까지 중저가폰 판매 둔화…재고 정상화 전까진 경기 회복 어려울 것 SK, 내년 투자 '반토막'…수익성 낮은 제품부터 생산량 감축 돌입 삼성, 감산 없는 '버티기'…해외출장비·사무용품 등에서 긴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 양강(兩强)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혹한’에 휘말렸다. 올해 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 반토막, SK하이닉스는 1조5000억 원 가량의 적자까지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3년엔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양사는 줄줄이 수익성 낮은 제품의 생산량을 감축하고 투자 규모를 절반 넘게 줄이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내년 영업익 '반토막'…하이닉스는 4분기부터 적자
13일 업계에서는 삼성·SK가 메모리반도체 부진으로 인해 올해 4분기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영업이익 8조257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4%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 309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대신증권(-1조5400억 원)과 현대차증권(-1조4040억 원) 등 일부 증권사에선 SK하이닉스 적자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반도체 불황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으로 IT 기기 수요가 감소하자, 메모리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 D램·낸드 가격이 10% 이상 하락하고 있어서다.
앞선 자료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내년 1분기 6조9704억 원(전년比 50.64% 감소), 2분기 6조6922억 원(52.53%↓)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9684억 원, 2분기 -9014억 원으로 손실을 이어가다 연간 5조 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예상보다 급락하며 반도체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둔화로 반도체 수요는 전 분기 대비 감소가 불가피해 보이고,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도 수익성에 전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규모 축소…제품 감산하는 SK vs 내부 허리띠 졸라맨 삼성
양사는 업황이 반등할 때까지 수익성 낮은 제품으로 생산량을 감축하고 투자비와 인건비 등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방침이다. 그로 인해 삼성과 SK 내부에선 구조조정 가능성이 지속 제기되면서 구성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과 SK는 현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재고 누증 등을 감안해 설비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모양새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중장기 수요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되 업황과 연계된 설비투자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SK하이닉스는 내년도 투자를 올해의 절반 수준까지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삼성과 SK는 생산량 감축 부문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수요 둔화에 맞춰 수익성 낮은 제품부터 생산량을 감축하기 시작한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시드니 호 도이치방크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반도체 생산량을 제한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음으로써 반도체 침체 기간이 연장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높은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D램 이익률은 경쟁사 대비 5~10%p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다른 방면으로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DX부문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출장을 자제하고, 사무용품 등 소모품 구매를 50% 이상 절감할 것을 당부했다. 비용절감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금년 3분기 중 수출 감소와 재고 급증이 나타나면서 반도체 업종이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주요 제조사들이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재고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