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명품 플랫폼…출구 전략은 ‘오프라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명품 플랫폼들이 온라인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고 있다. 정식 매장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팝업스토어도 선보이며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 제고를 꾀하는 동시에 엔데믹 탈출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매장·팝업스토어로 차별화 경험 제공
최근 주요 명품 플랫폼들은 너도나도 오프라인 공간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오프라인 매장 ‘커넥티드 스토어’를 오픈한지 3개월 만에 월 매출 10억 원, 누적 매출 2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7월 여의도 IFC몰에 문을 연 커넥티드 스토어는 온·오프라인 연계 매장으로 쇼핑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MZ세대 고객뿐 아니라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30·40세대 직장인 고객의 방문과 구매를 이끌어 냈다고는 게 발란의 설명이다.
지난 9월부터는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수요, 선호하는 상품들을 분석하고 있다. 모바일 앱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취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매주의 인기 상품을 살펴볼 수 있는 ‘랭킹 존’도 도입했다. 또한 온라인 입점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 픽업 서비스를 선보이고, 매장 직입점 브랜드도 확대할 방침이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11월 서울 압구정에 쇼룸형 매장을 오픈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명품을 고객이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톰브라운 등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메종마르지엘라, 아미, 메종키츠네 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약 50개 브랜드의 의류, 가방, 액세서리, 신발 등 600여개 상품을 선보인다.
머스트잇 쇼룸 내 브랜드와 상품들은 온·오프라인 방문 고객들의 취향에 기반한 큐레이션을 통해 월별로 다르게 채워진다. 쇼룸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채널과의 시너지 효과를 이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향후 팝업스토어 ‘At’(@)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프로젝트명 ‘앳’은 오프라인 장소를 지칭하는 전치사 ‘At’과 온라인 도메인인 ‘@’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명품 소비의 O4O(Online for Offline) 소비 패러다임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첫 번째 팝업은 지난 16~18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했다. 팝업스토어에선 명품 브랜드의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트렌비는 오는 2023년 초까지 중고 명품 거래를 위한 팝업스토어 ‘트렌비 빈티지 팝업’을 선보인다. 매장은 서울 서초 트렌비 본사 5층에 조성했다. 매장에서 선보이는 중고 명품은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총 2000여 점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 중고 제품을 진열하며 리퍼브 상품도 소개한다.
출혈경쟁 속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
이 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4O 방식은 패션업계에서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체험한 후 구매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식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1년 홍대 인근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1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지난 7월엔 강남에 2호점을 열었다.
명품 플랫폼도 이 같은 방식을 흥행 공식으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각종 경영환경 변화로 명품 플랫폼의 오프라인 공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명품 플랫폼 성장세는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업체에서도 명품 취급을 늘리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온라인 명품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출혈 경쟁이 계속되면서 타격도 크다. 현재 주요 명품 플랫폼 업체들은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엔데믹 전환으로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 자체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성장 토대를 마련한 명품 플랫폼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명품 플랫폼 4개사의 매출액은 2019년 약 2078억 원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1년 약 3824억 원으로 84% 증가했다.
최근엔 가품 이슈와 불공정 약관 등으로 신뢰까지 잃었다. 현재 명품 플랫폼은 해외 명품 부티크나 병행 수입 업체를 통해 제품을 들여오고 있는데, 유통 구조상 여러 채널을 통해 물건이 들어오다 보니 가품이 섞일 가능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소비자에 불리한 이용 약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오케이몰 등 4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용약관을 심사받았고,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아울러 명품이라는 특성상 온라인에만 의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상품인 만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주요 이용층인 MZ세대에서 나아가 소비자 외연을 확장하려면 오프라인 확장이 효과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품 판매 논란 등으로 업계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직접 상품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전략은 신뢰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 콘텐츠로 소비자 접점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