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남 투톱’ 괜찮을까 [기자수첩]

강성보수 유권자 많은 영남 출신 지도부…확장성 우려 없나

2023-04-05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선이

대한민국 선거는 중도층 싸움입니다. 중도층을 잡는 쪽이 승리합니다. 구조적으로 그렇습니다. 진보·보수에는 각각 35%가량의 고정 지지층이 있습니다. 당연히 나머지 30%의 중도층 표를 얻는 쪽이 이기는 판입니다. 선거 때 정치인들이 ‘중도 확장’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본선이 끝나면 다음 예선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선 심판은 고정 지지층입니다. 본선 때와 같은 주장을 해서는 인기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거 때는 국민 다수 의견과 비슷한 말을 하던 사람도, 당선된 후 갑자기 ‘극성 정치인’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입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최 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공약에 자신도 반대한다며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25일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강연회에 나서 “전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또 한 번 물의를 빚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 목사와 거리를 두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전 목사에게 경고를 날린 홍준표 대구시장을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마저 나왔습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또 다시 ‘강성 보수층 마음잡기’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4선 김학용 의원과 3선 윤재옥 의원의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오래 전부터 ‘원내대표감’으로 꼽혀왔던 인물들입니다.

경기도의원 출신인 김 의원은 오랜 정치 경력에서 오는 친화력이 강점입니다.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인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윤 의원 역시 동료 의원들에게 큰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인물론’으로는 누가 당선돼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입니다.

문제는 지지 기반입니다. 전통적으로 수도권이나 충청권 의원들은 중도층의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당대표든 원내대표든, 중도층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당장 자신이 국회에서 사라지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이나 충청권 의원이 당 지도부가 되면, 아무래도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큽니다.

반면 영남권 의원들은 중도층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근본적으로 정치인은 지지자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통계적으로 영남, 특히 대구·경북 유권자들 상당수는 중도층과 다른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국민의힘 지도부가 ‘영남 투톱’으로 구성되는 것이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물론 지역구가 영남이라는 이유로 훌륭한 인물이 당직을 맡지 못한다는 건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처럼 대구·경북을 지역구로 하면서도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내년 총선 공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 ‘투톱’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구성되는 건 자칫 국민의힘이 강성보수 정당으로 회귀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 과연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