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중간요금제 ‘있으나 마나’…소비자 반발 잇따라

비용 대비 효율 뛰어난 기존 요금제와 중복…실효성 떨어져 시민단체, “소비자 의견 수렴 없이 담합으로 내놓은 요금제” 이웃나라 일본은 제4 통신사 출현으로 ‘경쟁의 선순환’ 이뤄

2023-05-03     편슬기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KT와

통신 3사가 일제히 중간 요금제를 출시했다. 국민들의 통신비 절감을 위한 조치로, 성별·연령·사용 패턴 등을 고려한 요금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무늬만’ 중간 요금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소비자 단체는 제4 통신사가 등장한 일본과 같이  ‘경쟁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KT·KT·LGU+, 중간요금제 실효성 떨어져


SKT는 3월 23일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어 LGU+는 4월 11일, KT는 4월 26일 순으로 보다 세분화된 중간요금제를 신설했다. 이들 모두 사용자들의 편의성 증대와 요금 부담 완화 등의 효과를 한목소리로 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대표적으로 SKT의 중간요금제는 있으나 마나한 중간요금제라는 평을 받는다.

SKT는 지난해 출시했던 월 5만9000원(데이터 24GB)의 베이직플러스 요금제를 기본으로 사용량 증가에 따른 추가 데이터 구매 옵션을 제시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기본 데이터 소진 시 △3000원(13GB) △5000원(30GB) △7000원(50GB) △9000원(75GB) 등 데이터를 추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맹점이 존재한다. SKT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5G 요금제 중 동일 데이터 제공에 4만2000원의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요금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6만2000원(베이직플러스+3000원 추가 결제) 가격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자리한다. 소비자 불만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6월 출시를 앞둔 KT의 5G 중간요금제도 '속 빈 강정'이기는 마찬가지다. 새로 출시될 요금제는 △월 6만3000원(50GB) △월 6만5000원(70GB) △월 6만7000원(90GB) 등으로 전해진다.

물론 KT도 온라인에서만 가입 가능한 5G 다이렉트 요금제를 이용할 시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기본 데이터 제공을 받을 수 있다. 5G 다이렉트 44 요금제는 4만4000원으로 30GB의 기본 데이터와 기본 데이터 소진 시 최대 1Mbps 속도제어로 무제한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55 요금제는 200GB와 최대 5Mbps의 속도제어가 적용된다. 

LGU+는 결합 요금제 가입 연령 제한을 20대에서 30대로 확대한 것과 두 명만 가입해도 결합 요금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취준생을 배려한 고용 관련 웹사이트 데이터 무과금 혜택이 타사와의 차별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LGU+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가입 요금제가 존재해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특정 연령대들은 가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시민 단체들은 이통 3사의 5G 중간요금제가 본래 목적과는 달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성토한다. 무려 75종이나 되는 이통 3사 중간요금제의 가짓수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어려움과 혼란을 가중하는 점, 데이터가 낮을 수록 1GB 당 단가가 비싸진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저렴하고 합리적인 출시를 바랐던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데이터만 다양해졌을 뿐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담합행위로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美·日 5G 요금제…‘특성’은 뚜렷, ‘선택지’는 간결


업계에선 해외 선진 사례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을 내놓는다. 미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경우 통신 요금제 세분화보다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특징을 부각해 선택지를 좁혔다. 직업군 할인도 눈에 띈다. 일본은 시장 내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와 통신사 모두 득을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은 요금제 별 성격이 분명하고 가격 차이가 확연해 선택지가 간결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버라이즌은 △무제한 요금제 플러스(50GB 프리미엄 데이터 및 무제한 데이터 제공, 월 60달러) △무제한 요금제(속도제한 내 데이터 무제한 이용, 50달러)△15GB 요금제(15GB 와이파이 데이터 사용, 35달러)를 내세우고 있다. 

AT&T와 T모바일 등은 월 85~90달러 요금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밑으로 데이터 용량별 요금제를 운영한다. 요금제마다의 가격차를 크게 벌려놓은 편이다. 이외 미국 통신 3사는 모두 군인과 간호사, 선생님 등 특정 직업군에 대한 ‘할인’을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은 기존 △소프트뱅크 △도코모NTT △au 통신 3사 체제에서 제4 통신사 라쿠텐이 가세하면서 긍정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 경쟁이 촉진되면서 소비자 혜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라쿠텐모바일은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타 통신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공격적으로 내세웠다. 데이터 3GB 이하 요금제는 월 1만500원, 3GB~20GB까지는 2만1000원, 20GB 이상은 3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학생이나 20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물론 기존 사업자인 도코모NTT와 au 등이 내세우고 있는 요금제들도 사용자의 데이터 이용량에 맞춘 플랜이 주를 이룬다. 데이터 구간별 요금 차등을 적용하고, 사용량이 적을 경우엔 2만~3만 원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이번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를 앞선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중간 요금제 출시로 국내 통신사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악영향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일본 이동통신 4사가 앞다퉈 통신요금을 내리고, 실용적인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며 “물론 통신 4사의 경쟁이 심화됐던 2021년 당시 3월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9억 원 소폭 증가했다. 국내 통신 3사의 경우에도 중간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해서 매출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