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중국 부진에 울상…북미선 투자 결실 속속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중국 매출 감소 북미 성장세 지속되지만 시장 개척 한계도

2023-05-08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화장품업계가 2023년 1분기 주춤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으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반면, 새 시장으로 개척 중인 북미 지역은 성장세가 이어졌다.

8일 LG생활건강 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전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한 1459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6837억 원으로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가 부담, 고정비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LG생활건강의 설명이다.

사업부문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Refreshment(음료) 매출이 6.7% 성장하며 전사 매출 증가를 견인한 반면, Beauty(화장품)와 HDB(생활용품) 매출은 각각 0.3%, 1.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해당 분기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1조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축소됐고, 영업이익은 816억 원으로 52.3%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과 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선 양사 모두 중국 소비 회복이 늦어지면서 화장품 사업 등이 부진한 실적을 거둬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LG생활건강의 경우 기저 효과로 면세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으나, 중국 매출은 1931억 원으로 14.1%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중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매출 하락의 여파로 해외 영업이익이 36.9% 줄었다. 

중국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두 회사의 해외 시장 규모도 제자리걸음이다.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은 5002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 해외 매출은 전사 매출 내 비중 30%가량을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매출 하락에 따른 아시아 실적 둔화로 해외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6.8% 하락한 3494억 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약 35%다.

대신 북미 시장은 양사 모두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1361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했다. 중국(-14.1%)과 일본(-12.8%)이 역성장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북미 지역 매출 비중도 지난해 1분기 7%에서 올해 1분기 8%로 1%p 늘었다. 중국은 같은 기간 14%에서 11%로 3%p 줄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1분기 북미 매출이 8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 트래블 키트의 판매 호조와 LA 팝업 스토어 운영이 성장세를 이끌었으며, 설화수도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고객 소통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

다만, 일각에선 북미 시장이 아직까지는 중국만큼 실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만큼 단기간 내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미 지역 진출이 초기 단계여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북미 시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장악한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 진출 초기 상황으로 전사 실적에 영향을 주기엔 미미한 수준”이라며 “전 세계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 지역인 만큼 한인 사회 이외의 메인스트림에 진입하기까지는 더욱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화장품업계 실적이 올해 상반기 이후에나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 관해 “2분기부터 중국 소비 점증, 방한 관광객 확대로 비롯된 면세, 국내 매출 전반 수요 회복 효과가 기대되며 그 효과는 아세안까지도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전 사업부 실적이 상반기를 기점으로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3월 중국 소비 지표 서프라이즈 발표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수요 회복은 시장 기대치와 다소 괴리가 존재한다”며 “중국 진단검사(PCR) 검사 폐지, 따이공 면세 물량 확보 가능성 등을 감안해 볼 때, 4~5월 면세와 중국 현지 채널의 회복 강도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