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CFD 규제 방안 발표…반대매매 영향 공개도 검토
금융당국, 리스크 강화·투자자 보호 등 규제 개선안 공개 금융투자상품 월말평균잔고 5000만 원→3억 원…6배↑ 오는 8월부터 시행 예정…3개월간 CFD 거래 제한 권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SG증권발 주가폭락의 사태로 인해 차액결제거래(CFD)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정보투명성 제고 사항부터 리스크 관리 강화 그리고 개인전문투자자 보호까지 대대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진다.
30일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CFD 규제 보완방안’을 최종 확정한 뒤 공개했다.
앞서 SG사태가 터지면서 CFD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 한순간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
피해자는 비단 투자자들만이 아니다. 증권사들 또한 일부 투자자들이 파산신청을 함에 따라 반대매매가 급증해 피해를 떠안게 됐다. 특히 ‘주가조작세력’이라고 불리는 등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 씨 등이 CFD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규제 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을 두고 ‘항상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움직인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향후 제2의 SG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뒤늦게나마 개선해야 한다는 반응도 못지 않게 나온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먼저 CFD 정보제공과 공시범위를 확대하고, 투자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투자실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실제 투자자가 누구인지, CFD 거래와 반대매매에 따른 영향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명확히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에는 CFD 거래에 따른 주식매매 주문을 제출하는 증권사가 국내사일 경우 ‘기관’, 외국사일 경우 ‘외국인’으로 집계돼 개인이 아닌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주식 매매 시 CFD 거래 여부와 실제 투자자 유형을 표기해 투자자 오인을 방지하고, 투자참고지표를 통해 전체 CFD 잔고와 개별 종목별 잔고 등을 공시한다. 또 거래소 정보인프라(TR) 보고항목에 실제투자자의 계좌정보를 추가해 시장감시 활용도를 제고한다.
CFD는 장외파생상품인 만큼 리스크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해 한도제한 없이 수수료 수익을 목적으로 무분별한 영업 확장이 가능했다. 실제로 증권사간 수수료 경쟁이 치열했고, 그 결과 증권사는 저유동성 종목 등에서 발생하는 반대매매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제도 간 규제차익 해소를 비롯해 리스크 관리 강화에 집중한다. 이는 신용융자와 달리 CFD 특성상 리스크 관리의 사각지대로 인한 무분별한 영업 확장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금감원의 행정지도로 운영 중인 최소증거금률 규제를 상시화하고,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한다. 더불어 업계 자율적인 리스크관리 모범규준도 마련한다. 이외에도 CFD 매도 시 실제 투자자를 기준으로 공매도 잔고보고와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유럽의 경우 CFD 등 파생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 공매도 잔고에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확인을 비롯해 장외파생상품 거래 요건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공 등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권유를 금지한다. 이는 현재 레버리지 규제 또는 고난도 상품 요약 설명서 교부 등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 중이기는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초 개인전문투자자 여부 확인과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대면(지점이 없을 시 영상통화 활용)으로 실시,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충족여부의 주기적 확인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상향을 통해 증권사의 관리책임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별도로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적용 중인 사모펀드와 유사하게 장외파생상품 거래요건을 신설해 개인전문투자자 중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월말평균잔고가 3억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한다.
2019년 11월 이후부터 개인전문투자자는 최근 5년 이내 1년 이상 월말평균잔고가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CFD 거래가 가능했던 데 비해 약 6배 늘어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샘플조사 추정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거래요건 적용 시 개인전문투자자 중 22%가 영향을 받게 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불공정거래로 인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정부와 관계기관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관계기관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제기된 문제점들을 철저히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오는 8월까지 약 3개월 동안 개인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 제한을 권고할 계획이다. 이후 시스템·내부통제체계 보완이 이뤄진 증권사부터 신규 CFD 거래가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