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없어도 잘나가네”…反쿠팡 동맹 전선 확대될까

쿠팡 “CJ 빠진 자리 중소업체 성장으로 채워” CJ제일제당-신세계, 상품 개발 등 협력관계 강화

2023-06-12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그래프-중소

쿠팡과 제조사간 갈등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쿠팡을 견제하는 이커머스와 대기업 제조사들의 협업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쿠팡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성장 효과를 강조하면서 맞불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현재 쿠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대기업은 CJ제일제당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납품가를 두고 대립을 거듭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CJ제일제당은 쿠팡에 즉석밥 ‘햇반’을 비롯한 대표 제품 납품을 중단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쿠팡은 CJ제일제당이 빠지면서 되레 중소업체들의 상품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상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쿠팡은 지난 11일 '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中企 쿠팡서 빛 본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CJ제일제당을 겨냥한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서 쿠팡은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무수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전례 없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즉석국, 냉동만두 등 식품 카테고리에서도 중소-중견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강조했다. 즉석국 부문에서는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중소기업 ‘교동식품’의 2023년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냉동만두 부문에서는 명동에서 중식당으로 시작한 중소기업 ‘취영루’가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 측은 “실제 독과점 대기업이 사라지면서 쿠팡의 고객들은 전보다 더 나은 쇼핑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들이 만드는 즉석밥과 만두, 즉석국 등 식품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가성비와 품질이 좋아지면서 고객 유입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고 자평했다.

비록 CJ제일제당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해당 자료에서 쿠팡이 ‘독과점 대기업’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 만큼, 사실상 공개 저격에 가깝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CJ제일제당

CJ는 최근 신세계그룹과 동맹 관계를 맺었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3사인 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는 주요 HMR 제품인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와 ESG 카테고리인 비건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4분기 내 혁신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매니저와 신세계 유통3사의 바이어 등 전문가들이 협업해 시장, 고객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고객 니즈에 최적화한 신제품들을 기획할 예정이라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오는 하반기 출시 준비 중인 주요 신제품들은 신세계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협의 완료된 품목은 HMR(만두 등), K-스트리트 푸드(분식류), ESG(케어푸드 등) 등 총 5가지 카테고리다. 이 제품들은 8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마트, SSG닷컴, G마켓에서 먼저 판매된다.

CJ제일제당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손을 맞잡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며 “기업 간 시너지를 통해 혁신 제품을 지속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 역시 2021년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반(反)쿠팡 진영을 꾸린 바 있다. 신세계는 당시 네이버와 상호 전략적 사업 제휴 관계 강화를 위해 2500억 원 규모 지분을 교환했다. 두 회사는 판매 상품, 물류, 멤버십 등 모든 영역에서 협업을 통해 쿠팡의 독주를 막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신세계는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현재 G마켓)까지 사들이면서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투자 고삐를 당겼다. 업계에선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당분간 이와 같은 이커머스와 제조사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 간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이 향후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제조사의 브랜드력, 대형 상품으로 소비자 유입을 꾀할 필요가 있고,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제조사들은 다양한 판로 개척이 요구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납품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자 SSG닷컴, 11번가 등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은 발빠르게 CJ제일제당 상품 기획전을 펼쳐 눈길을 끈 바 있다. CJ도 최근 파트너십을 맺은 신세계뿐만이 아니라 컬리, 11번가,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 다양한 협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