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은 오직 오너만’…현대엘리베이터, 팀장 이상 관리자엔 여성이 없다 [뒤로 가는 ESG①]

현정은 회장 제외한 여성 인력 200명 중 팀장 이상 全無 남성 팀장은 1년 새 38명이나 늘어…여성엔 승진문 좁아 육아휴직도 남성만 복귀·근속 늘어…여성은 감소세 뚜렷

2023-07-13     장대한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 신뢰 확보 및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ESG경영 체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그 성과가 아직까진 사회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발간한 2022~2023 ESG 보고서를 통해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별 성과에서 드러난 맹점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임직원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여성 인력 육성에 공 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및 행보와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성 직원에게는 승진문이 닫혀있는 회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13일 현대엘리베이터 ESG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임직원 중 팀장급 이상의 직책을 맡은 여성 인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이 유일하다. 현대엘리베이터 내 현정은 회장을 제외한 여성인력은 총 200명인데, 이들 모두가 매니저 직급을 맡고 있어서다.

회사 직급이 크게 매니저-팀장-담당-임원으로 구분됨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 회장을 제외한 모든 여성 인력은 관리자보단 평사원 역할에 국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남성 팀장 수는 2021년 54명에서 지난해 92명으로 급증했다. 여성 인력이 매니저 다음 직책인 팀장을 달지 못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럼에도 ESG보고서에선 지난해 여성 관리자가 2021년 대비 33% 증가한 28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관리자와 전문 직종 중심의 채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부연도 달았다.

ESG 주요 성과 내 사회 데이터 수치와 어긋나 혼선을 부추기는 데, 이는 여성 관리자 범주에 타사 과장급을 포함한 탓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미진한 여성 인력 육성 노력을 부풀리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진문이 좁은 것도 모자라, 여성 정규직 인원 수마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정직원 수는 2020년 194명에서 2021년 181명, 지난해엔 179명으로 지속 감소세다. 오히려 비정규직 여성 인력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6명에서 2021년 8명, 지난해엔 21명으로까지 늘어났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임직원 다양성 보호 및 차별금지와 함께 여성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다양성 보호와 여성 리더십 강화가 현정은 회장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어서 ESG 퇴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문제는 육아휴직 사용 및 복귀에서도 드러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직원 수가 늘고 있는 반면, 복귀 인원은 크게 줄고 있어서다. 

최근 3년 간 육아휴직 사용한 여성 직원 수는 △10명 △10명 △14명으로 늘어났지만, 사용 후 복귀한 여성 직원 수는 같은 기간 △13명 △9명 △7명으로 반토막 가까이 났다. 육아 휴직 복귀 후 12개월 근속한 여성 직원 수도 3년 간 △11명 △8명 △7명으로 줄었다. 

남성 직원의 경우엔 수치가 정반대 흐름을 보인다. 배우자인 남성 육아휴직 장려를 통한 복지 증대 효과를 부인할 수 없으나,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평가받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방증한다.